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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 시기 확대 논의…“죽음 선택권 대신 ‘충분한 돌봄’ 먼저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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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을 내세워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현행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기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교회는 이 흐름이 말기 환자의 생명 보호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건복지부는 6월 5일 제7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민간위원 워크숍을 열고, 연명의료 중단 시기 확대 문제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현행법상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한정된 연명의료 중단 이행을 말기 환자에게도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와 국회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5월 14일 연명의료결정법을 주제로 제5회 미디어포럼을 열었다. 포럼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기가 임종과정으로 제한되면서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며, 말기부터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로 제기됐다. 국회에도 말기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교회 안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5월 30일 열린 회의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이행 시기를 말기로 확대하는 논의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고, 그 문제점을 짚었다.


교회가 문제 삼는 지점은 연명의료 중단 자체가 아니다. 교회는 환자에게 지나친 고통이나 부담을 주고, 기대되는 결과에 비해 불균형적인 의료는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는 개인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교회는 연명의료 중단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필요한 균형적인 의료까지도 중단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이러한 흐름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식의 자기결정권 행사, 곧 조력자살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현행법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이행 대상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한정한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적극적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대체로 불균형적인 의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해 중대한 윤리적 쟁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반면 말기 환자는 질환과 상태에 따라 예후가 다양해, 치료의 균형성에 대한 의료적 판단이 어려워진다. 특히 비암성 질환의 경우 말기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수년 동안 생존하는 사례도 있어 판단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 또한 이행 시기를 확대할 경우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더욱 강조된다는 위험도 있다.


박은호 신부(그레고리오·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는 생명윤리자문위원회 회의에서 “현행법은 연명의료를 임종과정의 환자에게 적용하고, 불균형성에 대한 판단도 포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행 시기를 말기로 확대한다면 과연 인공호흡기와 같은 의료를 치료 효과 없이 죽음의 과정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그 불균형성을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5회 미디어포럼에서 토론에 참여한 오석준 신부(레오·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선의 의료는 자율성의 극대화가 아니라, 고통받는 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 보시기에 품위 있는 인간으로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사랑의 실천”이라며 “확대를 논의하기 전에 ‘말기 환자를 위한 충분한 돌봄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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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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