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는 ‘가톨릭교회 사회교리에 대한 새로운 종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신학연구소와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팍스크리스티코리아는 6월 13일 예수회센터 2층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 제목으로 「고귀한 인류」 반포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회칙이 단지 미래의 기술인 AI를 경고하는 문서가 아니라 교회의 과거를 정직하고 용기 있게 성찰함으로써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인간화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알렉산데르) 신부는 기조연설 ‘새로운 사태와 위대한 인류: 연속성과 새로움’에서 “「고귀한 인류」는 레오 13세 교황의 1891년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반포 135주년을 맞아 나왔지만, 그 자체로 「새로운 사태」를 이어간다는, 가톨릭교회 사회교리의 위대한 전통 안에 위치한다는 하나의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회칙 내용 중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으로 교회가 노예제를 수용했던 역사를 ‘그리스도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상처’라고 규정한 대목을 꼽은 뒤 “회칙은 교회가 인간 존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를 인정하면서 그 역사적 실패를 통해 현재의 도전을 식별하고 인간 존엄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칙이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도전 앞에 홀로 버티고 서서 인간을 수호하려는 절박함과 결기를 전하고 있다는 해석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인공지능의 도전과 인간 존엄성 수호’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바벨탑을 쌓으려는 이들은 그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며 “이런 모습이 인간 본성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회칙은 어떤 선택을 해야 인간 존엄성을 수호할 수 있는지 방향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가톨릭 집단지성이 세계 최고 수준에서 제시한 해법”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회칙이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발표됐다는 해석은, 이전 교황들의 회칙과의 역사적 연관성을 조명하는 작업을 통해서도 제기됐다. 레오 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가 산업문명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었다면, 2026년 「고귀한 인류」는 디지털문명에 대한 교회의 응답으로 볼 수 있고,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가 핵전쟁의 위기 속에서 평화의 길을 제시했다면, 「고귀한 인류」는 AI와 지정학적 갈등의 시대에 평화와 공동선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팍스크리스티코리아 국제협력분과 이성훈(안셀모) 이사는 주제발표 ‘인공지능 시대의 평화와 공동선’에서 이전 교황들의 회칙과 「고귀한 인류」를 비교, 분석하면서 “결국 이번 회칙은 AI 시대에도 인간의 존엄성은 결코 대체될 수 없으며, 평화와 공동선은 여전히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선언하는 문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