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최근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공론화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안락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윤재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현행법상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 즉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서만 가능합니다.
이를 '말기'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자 정부가 최근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임종기와 말기 모두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이지만 임종기는 수일 내, 말기는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문제는 암 질환이 아닌 당뇨, 치매, 뇌경색 등 비암성 중증 질환의 경우 '말기' 판정 구분이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윤형규 교수 /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 내과>
"(비암성의 경우) 급성 악화가 있을 때 보면, 말기 아니면 임종기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치료하면 더 좋아질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말기 구분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자의적으로 말기나 임종기를 판단할 가능성이 비암성들에서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그럼에도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길 경우, 우려되는 점은 또 있습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라든가 환자의 어떤 판단이나 결정, 이쪽보다는 의학적 판단에 더 이제 기준을 두고 오히려 모든 책임을 환자에게 넘겨버리는…."
환자 입장에선 당연히 받아야 할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죽음에 이르는 '소극적 안락사'로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말기를 이제 의사가 판단해 주기만 하면, 말기만 인정을 받게 되면 환자의 의사에 따라서 그 환자에게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행위가 중단될 수 있다는 그런 경향성이 가장 우려가 되고 또 그것이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면 보호자나 가족들에 의해서 그런 모든 게 결정이 된다면 사실 안락사나 이제 조력 자살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돌봄 인프라 구축 없이,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말기 환자로까지 확대한다면 취약계층을 ‘사회적 타살’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윤형규 교수 /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 내과>
"경제적으로 돈이 없고 병원비를 낼 가능성이 없고 보살펴 줄 수 없는 사람들이 '나 치료 안 받을래요', '말기 환자고 나는 연명의료를 안 받겠다'고 하면서 그 사람들한테 죽음을 강요하는 형태가 될 것이고….
자기 결정권 보장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이 연명의료결정 허용 시기를 앞당기려는 땔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형규 교수 /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 내과>
"어떠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때 최선의 방법으로 자기의 생명을 돌보면서 증진시켜 나갈 의무, 권리가 있다는 것이 자기 결정권이지 자기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자기 결정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 1위인 나라.
존엄한 죽음의 뒷면엔 존엄하지 않은 삶이 있습니다.
'존엄사'라는 용어를 내세워 죽을 권리만 강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윤형규 교수 /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 내과>
"결국은 말기로 연명의료 중단을 한다는 얘기는 오히려 우리나라 사회가 생명을 아끼고 가꾸는 사회가 아니라 죽음을 조장하는 사회로 만드는, 그런 중대한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있고요."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