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교구 여산순교성지가 중요한 순교지임에도 순교자 연구와 역사적 고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성지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발표자들은 사료를 바탕으로 순교자 연구를 심화하고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한 성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은 6월 23일 전주교구 여산성당에서 ‘여산순교성지의 종교문화적 가치 재조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여산 순교자와 순교 터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재검토하고, 성지의 역사적·신앙적 가치를 명확한 고증과 사료 발굴을 바탕으로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산은 1868년 무진박해 당시 전라북도에서 전주 다음으로 많은 순교자가 나온 지역이다. 인근 고산과 금산, 진산, 용담 등지에서 붙잡힌 신자들이 여산으로 이송돼 처형됐으며,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순교자는 23명이다. 이 밖에도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무명 순교자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교구는 1951년 여산을 순교성지로 지정한 뒤 부지를 매입하는 등 성지 개발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현재는 ‘백지사 터’와 ‘여산 숲정이 순교성지’를 비롯해 순교 터를 알리는 안내판 정도만 조성돼 있을 뿐, 성지의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병구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 연구위원은 “숲정이 성지가 전라북도 기념물 제125호로 지정되는 등 성지 개발이 이뤄졌지만, 옥 터의 정확한 위치를 고증하기 어렵고 순교자와 순교 터에 관한 증언과 사료도 충분하지 않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구전과 사료를 함께 면밀히 검토해 성지의 역사적·신앙적 가치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춘 신부(요한 사도·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도 “증언 사료를 충실히 연구해 순교자들의 역사적 삶과 신앙의 모습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덕 교수(전주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는 여산이 처한 지리적·문화적 여건을 고려한 성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여산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구 3000여 명 규모의 작은 지역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나바위성지와 천호성지 등 인근 성지와 연계하면서도 여산만의 역사성과 문화 자원을 살린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산이 지닌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공간 조성과 디지털 콘텐츠 개발, 순례 지원 서비스, 인근 순교지를 연결하는 순례길 조성 등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는 성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순교자들의 신앙과 역사적 의미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현양과 성지 조성 사업도 탄탄한 학술적 기반 위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심포지엄에 앞서 여산순교자현양비 제막식이 마련됐다. 여산성당 앞에 세워진 현양비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