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밀집지역 환경운동가들이 6월 27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탈핵’을 외치는 종교·시민사회계가 정부의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저지하고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비상행동)은 6월 27일 서울 보신각에서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17일 경북 영덕에 신규 원전 2기와 부산 기장 SMR 1기 등을 2038년까지 준공하기로 결정했다. 비상행동은 한수원의 원전 부지 선정을 즉각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다. 30℃가 넘는 무더위에도 전국 각지에서 400여 명이 참여했다.
보신각 미사는 전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 문규현(전주교구) 신부 주례로 봉헌됐다. 문 신부는 기도 지향으로 신자들과 함께 ‘그만 짓자, 핵발전소’ 구호를 세 번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이날 사전행사 성격으로 조계사에선 기도회도 진행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수원교구) 신부는 강론에서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시대착오적이며, 행정편의주의적 조처라고 비판했다. 양 신부는 “이미 인류는 미국의 스리마일·구소련 체르노빌·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사고의 위험성을 체감했다”며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인류가 가진 기술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간 수백억 톤의 온수를 배출해 주변 해수 온도 상승을 포함해 지구 온난화의 악영향을 주는 것이 핵발전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인용해 “교황님께서는 생명의 존엄성이 위기에 처한 이 시대에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의인이 돼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는 생태 사도로서 생명과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후부터 진행된 본 행사에서는 원전 부지가 밀집된 부산·경주·울산·영덕 지역활동가들과 시민사회계 발언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즉각 중단 및 전면 폐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폐지 및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영덕·기장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참가자들은 보신각에서 광화문 일대를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양 신부는 행진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비인간적”이라며 “소수의 이익을 위해 수도권으로부터 먼 지역의 힘 없는 주민들을 희생시키는 세상이 핵발전소로 유지되는 세상”이라고 거듭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