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모차를 끌고도 눈치 보지 않고 미사에 참례할 수 있고, 영유아 자녀가 조금 칭얼대더라도 쫓기듯 유아실로 향하지 않아도 되는 성당.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일을 각 가정의 책임으로만 남겨 두지 않는 교회.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바라는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7월 1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하 한가문연)의 신간 「하느님, 이렇게 키우면 될까요?」(32명의 부모·정준교 지음/268쪽/1만8000원/바오출판사) 출판 기념미사와 간담회에서 부모들은 이러한 바람을 전했다.
참석자들은 영유아 자녀와 함께 본당을 찾으며 겪은 어려움과 자녀의 신앙 교육을 둘러싼 고민을 나눴다. 이어 가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유아기 신앙 교육을 교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신앙 교육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책은 서울·대구·의정부·인천·수원·대전교구와 이탈리아 로마 한인본당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 32명의 신앙 교육 체험담을 담았다. 본당 사목 경험을 통해 영유아 신앙 교육이 한국교회 쇄신의 중요한 열쇠라고 판단한 한가문연 원장 김민수 신부(이냐시오·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가 출판을 기획했다. 정준교(스테파노) 한가문연 연구이사 겸 다음세대살림연구소장은 집필에 참여할 부모들을 모집하고 원고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부모들은 유아실에서 느낀 소외감과 주변 신자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미사 참례가 부담스러워진 경험뿐 아니라, 아이에게 묵주를 쥐여 주고 성가를 불러 주며 일상에서 신앙을 전하려 애쓴 과정을 담았다. 책은 이러한 현실을 ‘비자발적 냉담’의 위기로 진단하고, 본당 공동체가 영유아 자녀와 부모를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동반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간담회에서 저자 부모들은 첫영성체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기존 신앙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정과 본당이 함께 자녀의 신앙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사목 방안으로 영유아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함께할 수 있는 미사 문화 조성, 놀이를 활용한 전례 교육 콘텐츠 개발, 영유아 신앙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을 제안했다.
박현영(젬마·대전교구 반석동본당) 씨는 영유아가 전례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본당 신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유아실에 제대 모형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례 소품을 비치하고, 미국교회의 ‘콰이엇 매스 세트(Quiet Mass Set)’처럼 아이들이 미사 중 만지고 놀며 전례를 익힐 수 있는 미사 놀이기구를 국내에도 보급하자는 의견이다. 오르간 소리를 듣고, 성수와 촛불의 온도를 느끼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을 관찰하는 등 오감을 활용한 신앙 체험도 제안했다.
간담회에 앞서 봉헌된 출간미사에서는 저자들의 어린 자녀들이 입당 행렬 앞에 섰고, 미사를 주례한 김 신부가 그 뒤를 따라 입당했다. 예물 봉헌 때에는 어린이들이 제대 앞에서 율동을 선보였다.
김 신부는 출판 기념미사 강론에서 “뇌가 급성장하는 영유아 시기에 익힌 신앙은 아이의 뇌에 새겨져 평생을 갈 것”이라며 “영유아 신앙 교육이 가정뿐 아니라 본당에서도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 책이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