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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놓고 경청하며 ‘함께 걷는 교회’ 신선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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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현장에 시노드 정신 구현
관행 없애고 친교 기반 다지며
공감대 속에 긍정적 변화 체감

모래시계의 모래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누구도 말을 끊거나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지 않았다. 말하는 신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생각을 솔직하게 꺼냈고, 다른 신자들은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7월 26일 대구대교구 산격본당(주임 오영재 요셉 신부)에서 열린 6구역 3반 반모임의 모습이다. 성령을 초대하는 기도로 시작된 이날 모임에서 신자들은 ‘성령 안에서 대화’ 방식으로 의견을 나눴다.

6구역장 이선옥(마리아 막달레나) 씨는 “기존 반모임에서는 내 생각을 전달하는 데 더 신경 썼던 것 같다”며 “이제는 성령님을 모시고 대화하면서 내 주장보다 동료 신자들의 말을 경청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올해 1월 6일자로 한국교회 첫 ‘시노달리타스 시범본당’으로 지정된 산격본당은 성령 안에서 대화를 중심으로 본당 생활 전반에 시노달리타스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노드 정신을 구체적인 사목 현장에서 구현하고, 사제·수도자·평신도가 함께 걷는 본당 공동체의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대구대교구의 구상이 산격본당에서 현실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오영재 신부는 먼저 본당의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했다. 본당 협력사제 이대로(레오) 신부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신자들에게도 ‘주임신부’와 ‘협력사제’ 대신 두 사제의 세례명을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수직적으로 표현돼 있던 본당 조직도는 각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원형 구조로 바꿨다. 본당 행사 때 사제와 수도자, 총회장의 자리를 따로 마련하던 관행도 없애고 신자들과 함께 어울려 앉도록 했다.

낯선 개념인 시노달리타스를 신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전 신자 식사 나눔을 정례화하고 명찰 달기 운동을 진행하는 등 친교의 기반을 다지는 데도 힘쓰고 있다.

구역협의회장 이후남(마리아) 씨는 “친교 모임을 자주 하면서 마음이 열리는 걸 느끼지만, 아직은 성령 안에서 대화는 쉽지 않다”며 “그래도 계속 경청하는 노력을 이어가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 신자들은 새로운 변화에 아직 어색해하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서석구(마르코) 본당 총회장은 “기존 사목회의가 사목자와 신자 대표들의 다수결 의견으로 사목 방향을 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소수 의견도 경청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리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신부는 “기존 사목 방식이 대체로 사목자가 앞에 서서 신자들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면, 시노달리타스는 신자들 안에서 사제가 함께 발맞춰 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며 “전 세계교회가 가고 있는 큰 흐름인 만큼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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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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