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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쿠바카드 추기경 "한국, 위기에도 협동하는 저력 지녀"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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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이 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은 “종교의 가장 큰 과제이자 초대는 바로 이기심의 극복이다. 인류는 시작부터 이기심을 극복하고 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왔다”며 “한국 청년들이 경쟁과 소외감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사익 추구만을 해왔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경쟁을 넘어 협동과 연대, 모두와 함께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지난 4~5일 서울 대흥동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국제 콜로키움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청년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데 공감한다”며 “이에 한국 사회와 교회는 전체를 위해 사고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한국은 위기 속에서도 하나 됨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협동체의 저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충분히 희망을 품고 미래로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격려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이번 콜로키움의 의의에 대해 “유교와 그리스도교는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가르침의 핵심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종교 모두 정의와 평화, 연민, 형제애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기초적인 지향점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점을 통해 상대방에게 배우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쿠바카드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 추기경께서 17년 전 주한 교황대사관 서기관으로 3년간 봉직하셨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으셨는데, 한국과 한국 가톨릭교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며,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오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 “한국은 제 마음속에 매우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교황청 외교관으로서 두 번째로 발령받은 곳이었습니다. 초창기 부임지가 주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세계 곳곳으로 임지를 옮겨 다녔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3년의 기억은 놀랍도록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시간이 의미 있었던 것은 외교 업무를 넘어 이전에 알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고 풍요로운 문화, 사람, 전통을 만나는 특권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 가톨릭 신자들의 깊은 신앙을 직접 목도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습니다. 한국인과 살며 일상을 함께 나누고, 신앙과 문화, 역사가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 본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저를 성장시키는 경험이었습니다. 17년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오니 진심으로 기쁩니다. 한국 교회가 성장한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제 영적, 개인적 여정에 깊은 발자취를 남겨준 이 나라와 사람들에게 여전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 아직 독자와 신자 분들께서 종교간대화부가 낯설 수 있습니다. 종교간대화평의회에서 부서 개편 이후 어떤 업무를 다루고 계시며, 교황청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기대하고 계시는지요.

 

▶ “부서로의 변경은 단순한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도입하신 교황청의 폭넓은 개혁을 반영한 것으로, ‘부(Dicastery)’로 명명해 다양한 성성, 평의회, 법원 등을 동등한 지위로 격상시킨 것입니다. 우리 부서의 본질적인 사명은 변함없습니다. 가톨릭 신자들과 타 종교 신자들 간의 존중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증진하는 것입니다(단, 유다교와의 대화는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종교 간 대화는 교회 삶의 변두리에 있는 외교적 활동이 아니라, 증거, 만남, 그리고 공동선을 위한 협력을 통해 수행되는 교회 복음화 사명의 필수적인 차원으로 이해됩니다.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 제147~152조에 따라, 우리 부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우리의 업무는 보편적이면서도 지역적입니다. 우리는 세계 주요 종교 전통의 대표자들과 제도적 대화를 유지하고, 주요 종교 축일에 메시지를 발표하며, 양자 위원회, 학술 세미나, 국제회의를 조직하고, 종교 간 참여를 위한 지침, 양성, 자료를 제공하여 주교회의를 동반합니다. 또한 종교간대화부는 형제애, 평화 구축, 종교의 자유, 피조물 보호, 인간 존엄성 수호를 증진하는 이니셔티브를 지원합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이 4일 서울 대흥동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콜로키움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 이번 콜로키움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교황청 관계자와 성균관 학자가 공식적으로 마주 앉는 첫 자리인 만큼 기대가 컸는데요. 이 행사가 추기경님의 기조연설의 주제인 ‘도덕적 지평’과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 “약 1년 전 종교간대화부 차관 인두닐 코디투와꾸 몬시뇰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작됐습니다. 종교간대화부는 그에게 한국에서 첫 번째 유교-그리스도교 대화를 개최할 가능성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서강대학교, 한국 주교회의, 성균관, 주한 교황대사관에 접근했고, 모두가 함께 행사를 조직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콜로키움은 이 두 지혜 전통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비전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오늘날의 맥락에서 가지는 적실성을 검토하고자 했습니다. 즉,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그리스도교의 희망과 ‘대동(大同)’이라는 유교의 이상입니다. 뿌리내린 전통은 다르지만, 둘 다 정의, 평화, 연민, 형제애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 추기경님께서는 ‘새 하늘과 새 땅’과 ‘대동’을 모두 그 시대의 간절한 열망에서 탄생한 비전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비전들이 삶 속에서 공동선, 평화, 조화를 이루기 위한 어떻게 이정표로써 작용할 수 있을까요?

 

▶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질문은 우리가 이 콜로키움을 소집한 핵심 이유에 맞닿아 있습니다. 첫째, 두 비전 모두 안락함이 아닌 위기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제국의 치하에서 고통받는 공동체들로부터, ‘대동’은 중국 주나라 질서의 붕괴와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나왔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중요합니다. 이 비전들은 현실 도피로써 나타난 환상이 아니라 무너짐 속에서 단련된 응답입니다. 동시에 갈등과 불평등, 파편화된 우리 시대와 마찬가지로 절망이 존재하고 상황이 가장 어려울 때 희망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둘째, 두 비전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변화를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만이 아니라 내면의 회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공자에게 도덕적 수양과 덕(德)으로 대표되는 리더십은 대동을 가능하게 하며, 그리스도인들에게 윤리적 삶은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친교에서 흘러나옵니다. 두 전통 모두에서 사회의 재생(renewal)은 인간 마음의 재생과 분리될 수 없으며, 이는 법이나 기술만으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가정에 대한 필요한 교정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비전들은 이 콜로키움 자체가 구현하고 있듯이 차이를 넘어선 동반자 관계로 우리를 부릅니다. 어느 한 전통이 다른 전통에 흡수되지는 않지만, 대화 속에서 서로의 맹점을 비춰주고 우리가 공유하는 도덕적 상상력을 확장하게 해줍니다. 이로써 우리가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이민자를 환대하며, 피조물을 돌보고, 정의로운 제도를 구축할지 이끌어 줍니다. 요컨대, 이 비전들이 나침반 역할을 하는 이유는 두 종교 모두 위기 속에서 시험받았고, 유토피아를 규정하기보다는 우리를 도덕적으로 방향 지어줍니다. 재생의 뿌리를 인간의 마음에 두고, 대화를 통해 우리가 공유하는 하나의 인류 가족에 대한 책임을 심화하기 때문입니다.”

 

▷ 유교에서는 대동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의 이기심을 제어하고 수양하는 ‘소강(小康)’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종교가 단순히 개인에게 위안을 주는 것을 넘어,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종교의 가장 큰 과제이자 초대하고자 하는 바는 ‘이기심의 극복’입니다. 인류의 시작부터 우리는 이기심을 극복하고 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이기심은 자연스러운 본능이기에 이를 뛰어넘는 것은 어느 전통에서나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영적인 경계를 넘어 이기심을 내려놓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희생이야말로 이기심을 온전히 내려놓은 모범입니다. 오늘날 전쟁을 비롯한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결국 이기심에서 비롯됩니다. 이번 콜로키움은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정신을 통합하여 이기심을 극복하자는 강력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남길 것입니다.”

 

2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환담하고 있는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

 



▷ 서양을 대표하는 그리스도교와 동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유교의 만남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이번 콜로키움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교황청과 성균관은 어떤 지속적인 노력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아울러 종교간대화부가 다른 종교들과 어떻게 공감대를 모색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우리가 극복해야 할 오해 중 하나는 그리스도교는 ‘서양 종교’인 반면 유교는 동양에 속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스도교의 기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아시아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아시아의 교회(Ecclesia in Asia)」에서 상기시켜 주셨듯이, ‘예수님께서는 아시아의 땅인 성지에서 태어나시고 살다 가셨습니다’(「아시아의 교회」 5항). 교회 그 자체는 어느 특정 문화나 문명과 동일시되지 않습니다. 교회는 가톨릭, 즉 보편적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르치듯, 교회는 ‘어떤 인종이나 국가, 특정한 생활 방식, 혹은 오래된 관습에 배타적이고 불가분하게 얽매여 있지 않습니다’(「사목 헌장」 58항).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만남은 지혜, 덕, 조화, 그리고 인류의 번영을 추구하는 두 풍요로운 영적, 윤리적 전통 간의 대화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콜로키움이 결코 고립된 일회성 행사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정한 대화는 단 한 번의 학술회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관계로 나타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대화란 인내, 신뢰, 우정을 필요로 하는 ‘만남의 문화’임을 종종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따라서 교황청은 성균관과의 이러한 협력이 정기적인 학술 교류, 공동 프로젝트, 상호 방문, 출판 등을 통해 계속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협력은 상호 이해를 성숙하게 하고, 인공지능과 생명윤리에서부터 교육, 평화 증진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질문들을 함께 다루는 데 필요한 신뢰를 창출합니다.

 

최종 성명서는 콜로키움 참가자들이 각자의 공동체 내에서 그리스도인과 유교인 간의 우정과 대화를 심화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종교간대화부는 지역 교회 및 인도네시아와 홍콩의 유교 학계와 협력하여 각각 인도네시아(2028년)와 홍콩에서 제2회 및 제3회 콜로키움을 조직할 것입니다.”

 

▷ 추기경님께서는 2일 명동대성당에서 “청년들에게 타 종교에 대한 환대와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의제인 유교의 ‘대동’과 그리스도교의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이상이, 경쟁과 소외에 지친 한국의 청년들에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통해 어떻게 닿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진정한 종교에는 ‘혐오자’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게 평화를 교육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도 결국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심 때문입니다. 이제는 경쟁을 넘어 협동과 연대, 모두와 함께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전체를 위해 사고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한국은 외국어로 ‘나의 집’이나 ‘나의 조국’이라고 말할 때, ‘우리 집’ ‘우리나라’라고 표현합니다. 이미 위기 속에서도 하나 됨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협동체의 저력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충분한 희망을 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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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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