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속화와 영적 혼란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참된 기도는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십자가의 성 요한 시성 300주년과 교회학자 선포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가르멜 학술대회에서는 성인이 가르친 ‘기도와 식별’을 비롯해 영혼의 정화와 믿음의 역할을 오늘의 신앙생활 안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가르멜 수도회 한국관구는 8월 13일 서울 명륜동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에서 제3회 가르멜 학술대회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을 개최했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오늘날 중요한 영성적 과제로 꼽히는 ‘기도와 식별’에 관한 성인의 가르침이 제시됐다.
수도회 최준석(이레네오) 신부는 발제에서 “성인은 그리스도를 바라봄, 그리스도를 사랑하기, 그리스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라는 세 가지를 기도의 과정으로 봤다”며 “성인은 이 역동을 기도 안에서의 영적 수련으로 이해하며, 이를 통해 인간이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해 변형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은 영적인 인간이 영혼 안에 내주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나야 한다고 했다”며 “이러한 신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올바른 기도를 식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식별 역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 관계의 행위이자 하느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의 기도와 겉으로는 유사하지만 심신의 평화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등, 그리스도교 신앙과 구별되는 명상·묵상법이 확산되는 오늘날, 성인이 제시한 기도에 대한 ‘식별’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신부는 “현대 사회를 뒤덮고 있는 영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식별”이라며 “기도라는 행위가 그리스도와 인간 사이의 ‘사랑의 관계’ 안에 있는가가 참된 기도를 가려내는 잣대”라고 했다. 이어 “기도의 주도권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 있으며, 모든 기도 행위는 하느님께서 먼저 베푸신 그 현존과 사랑의 시선에 자신을 여는 응답이라는 점에서, 성인의 가르침은 기도의 본질을 밝히는 신학이자 식별의 척도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날 김평만(유스티노·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신부가 ‘십자가의 성 요한과 성 이냐시오의 영혼 정화에 대한 가르침 비교’를, 이경수(가밀로·인천 가르멜 수도원) 신부가 ‘십자가의 성 요한의 「가르멜의 산길」에서 본 믿음의 역할’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수도회 한국관구장 권영상(클레멘스) 신부는 개회사에서 “한국교회가 마주한 세속화와 공동체 의식의 약화, 청년의 이탈과 사목의 어려움 등에서 깊은 영적 쇄신이 요청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성인의 시성과 교회학자 선포의 의미를 감사로 기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성인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해석해 현재를 비추고 미래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자리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