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경자 최양업 신부(토마스, 1821~1861)의 라틴어 서간이 재독 여성 작곡가 박영희(소피아) 씨의 2007년 작 관현악곡 <In luce ambulemus(빛 속에서 살아가면)> 안에서 어떻게 음악적으로 재현됐는지를 분석한 논문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 쾰른대학교 음악학연구소 노유경 연구교수는 최근 한국교회사연구소가 발행한 「교회사연구」 제68집에 ‘최양업 신부 서간의 문화적 수용과 현대적 재현-박영희 작곡 <In luce ambulemus>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49쪽 분량의 논문은 최양업 신부의 시복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라틴어 서간이 교회사 사료라는 의미를 넘어 예술 안에 수용된 양상을 학술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In luce ambulemus>는 박영희 작곡가가 최 신부의 1842년 4월 26일자, 1849년 5월 12일자, 1856년 9월 13일자, 1860년 9월 3일자 라틴어 서간에서 라틴어 구절을 발췌하고 성경 루카복음과 요한의 첫째 서간 구절을 결합해 창작한 작품이다. 최 신부의 서간을 독일어권 현대음악 무대와 학술 세계로 옮긴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교수는 논문에서 “최양업 신부가 가경자로 선포된 후 그의 영성과 사목적 헌신은 한국교회 안팎에서 신학적, 역사적으로 새롭게 조명됐지만 문화적, 예술적 차원에서는 충분한 논의가 아직 축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이 논문이 던지는 질문은 서간이 150년 넘는 시간을 건너 어떻게 현대 예술 안에서 다시 읽히고 들릴 수 있는가라는 것”이라며 “그의 서간이 오늘날 다시 읽히는 까닭은 과거의 영웅적 행적을 증언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신앙이 결국 사람을 향해 움직이는 행위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n luce ambulemus>는 최양업 신부라는 길 위의 목자를 전기적 서사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테너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음향, 그리고 소리와 소리 사이의 침묵을 통해 최양업 신부의 신앙 언어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다는 것이 노 교수의 주장이다.
노 교수는 “<In luce ambulemus>는 최양업 신부의 언어를 전문 현대음악의 장 안에서 다시 발화하게 함으로써 교회사 사료가 교회 밖의 청자와 연구자에게 도달하도록 중개하는 문화적 통로가 되고 있다”며 “이 논문이 최양업 신부 현양과 교회사 연구, 그리고 현대 종교 예술 사이의 대화를 여는 작은 학술적 기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