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가톨릭대학교가 병인박해의 시련 속에서 피어난 프랑스 선교사와 조선 신자의 우정을 조명하는 특별전 ‘조선을 사랑한 이방인, 기억되다 - 박해가 맺어준 프랑스 신부와 조선 신자의 우정’을 11월 27일까지 효성캠퍼스 박물관 2층 김조자기획전시실에서 연다.
8월 31일 개막한 특별전은 안동교구 순교자인 박상근(마티아, 1837~1867) 복자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깔래 신부(Nicolas adolphe Calais, 1833~1884)의 신분과 국적을 초월한 인연을 그린다.
1861년부터 1866년까지 경상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사목활동을 펼쳤던 깔래 신부는 박상근 복자와 함께 박해를 피하고자 산 중턱을 넘던 중 눈물 속에 헤어져야 했다. 만주로 피신한 뒤에도 몇 번이고 조선 재입국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깔래 신부는 프랑스로 돌아갔고, 평생 조선을 위해 기도하다 1884년 선종했다. 박상근 복자는 관군에 의해 체포돼 끝내 배교를 거부하다 1867년 순교했다.
이번 전시에는 안동교구 마원성지 담당 정도영(베드로) 신부가 깔래 신부의 형 도미니크의 후손들로부터 기증받은 유품들을 선보인다. 깔래 신부가 생전 착용한 라바(Rabat·프랑스식 성직자용 목깃) 조각, 1858년 도미니크에게 보낸 묵주, 조선 파견 전후의 사진 등 선교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깔래 신부가 1856년 낭시교구 신학생 시절부터 선종 전해인 1883년까지 고향 크리옹으로 보낸 편지들이 전시되는데, 이 가운데 ‘무당’, ‘하날의 계신 우리드의 아비신(하늘에 계신 우리들의 아버지이신)’ 등 당시 조선교회에서 사용하던 옛 한글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박해 시기 신자들의 신앙을 기록한 1895년 「치명일기」를 통해서는 박상근 복자를 비롯한 당시 신자들이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2024년 도미니크의 후손과 박상근 복자의 둘째 형 박왕근의 후손들이 두 사람을 대신해 마원성지에서 만난 사연도 전하고 있다.
손계영 대구가톨릭대학교 박물관장은 “한국교회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등불이 되었던 깔래 신부의 발자취가 오늘날 많은 이에게 울림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며,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공휴일은 휴관.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