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최근 법 개정 없이도 낙태약의 수입품목 허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후 파장이 일고 있다. 70여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지난 8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한국 천주교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70여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낙태약물의 수입품목 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제처의 최근 법령해석을 두고,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법제처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냈다고 1일 밝혔다.
이들 단체는 먼저 "낙태에 관한 안전과 사후관리체계 등은 법률로 먼저 규정돼야 하는데 행정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의 법령 정비에 앞서 낙태약물을 먼저 허가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제처, 입법 정비 필요성 인정해놓고 …
법제처가 법령해석을 통해 스스로 임신중단의 허용 주수·사유·절차 등에 관한 규율체계를 입법적으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다.
그러면서 국회가 이러한 생명 윤리와 의료적 쟁점을 충분히 논의해 체계적인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가 먼저 또는 최소한 동시에 법적 규율체계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법치주의와 생명보호의 원칙에 더욱 부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제처 판단, 법적·의료적 안전장치에 중대한 공백 발생 우려
응급의료와 사후관리체계 등에 관한 법률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사법에 따라 낙태약물의 수입·유통이 먼저 허용될 경우 약물낙태가 사실상 제도화되고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의료적 안전장치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이러한 입법적 공백이 낙태약물의 실제 처방과 복용, 사후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혼란은 물론 생명과 건강 보호의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검토했는지를 법제처에 물었다.
아울러 법제처의 판단이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제약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지, 그 법적 근거와 함께 밝혀줄 것도 요구했다.
낙태약물 안전성과 유효성도 문제…"태아 생명보호 가치도 고려해야" 낙태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안전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에 따라 안전관리제도의 변경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낙태약물은 일반적인 의약품과 달리 그 사용 결과가 임신의 종결, 즉 태아의 생명과 직접 관련된다는 점을 짚었다.
낙태약물의 품목허가가 단순히 의약학적 안전성과 유효성만을 판단하는 행정절차라고 보는 것인지, 식약처의 답변을 요구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명보호 역시 매우 중요한 공익임을 인정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번 법령해석에서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려했는지 법제처의 답변을 요구한 까닭이다.
낙태약물 유통으로 우려되는 사안 많은데…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낙태약물이 실제로 유통될 경우 우려되는 사안을 열거했다.
미성년자의 복용, 보호자 동의 문제, 임신중지에 대한 상담과 숙려, 배우자·가족·성폭력 가해자 등에 의한 강요된 복용, 타인 명의의 처방이나 대리수령, 불법 전매, 허가된 임신 주수를 초과해 사용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체계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예방하고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를 묻는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의 공개질의에 법제처와 식약처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