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화 시기 여성 노동자들의 쉼과 배움터로 출발한 마산교구 가톨릭여성회관이 개관 5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 시대의 역할을 모색했다.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도 사람과 관계를 중심에 두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가톨릭여성회관은 9월 2일 강당에서 개관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사회적 약자의 존엄과 참여’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는 교구 사회복지시설협의회 및 지역 복지시설 관계자와 신자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는 기조강연에서 ‘인간 존엄’에 대해 역설했다. 이 주교는 “가장 소외된 이들을 어떻게 AI 안에 포함시키는가가 우리의 인간성을 드러내는 잣대가 된다”며 “기술 혁명의 설계와 관리는 우리에게 달려 있으니, 사람을 우선에 두며 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그 진화를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화시대 여성인권운동과 지역연대활동을 통해 본 회관의 역할’ 주제 발제에서 강인순 교수(전 경남대 사회학과)는 “당시 1만여 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일하고 있었고,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쉼과 교육을 위해 여성회관이 설립됐다”면서 “50년 전 산업화의 그늘에 있던 여성노동자의 삶을 일으키고 지역 여성·시민운동의 한 축을 만든 여성회관은, AI 시대에도 기술보다는 사람, 효율보다는 인간의 존엄, 고립보다는 관계성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교수(경남대 사회복지학과)는 ‘소외계층 사람들의 현주소와 지역사회의 대응 방향’ 주제 발제에서 “여성회관은 주민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신뢰의 문, 제도에 닿을 때까지 함께 걷는 동행자, 고립된 사람을 이웃과 연결하는 관계의 플랫폼,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바꾸는 시민 사회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주 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사회복지의 방향과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여성회관이 앞으로 ▲세대 간 연대 강화 ▲공동체 돌봄 확대 ▲기술 기반 스마트 복지 인프라 도입 등을 통해 변화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언 신부(토마스 아퀴나스, 마산교구 AI위원회 위원장)는 ‘AI 시대 인간다움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장소로서 여성회관의 역할’을 주제로 네 번째 발제를 맡았다. 이 신부는 “50년 전 가톨릭여성회관이 공장에서 돌아온 소녀들을 위한 곳이었다면, 오늘은 AI 앞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될 이들,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노동자, 기술을 따라잡지 못해 소외되는 노인과 이주민, 알고리즘의 평가 대상으로만 자라나는 청소년을 위한 자리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여성회관은 심포지엄에 이어, 10월 23일 ‘민들레 축제’와 함께 5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창립자 하 마리아 선생 다큐멘터리를 제작, 10월 24일 오후 4시 창원더시티 CGV에서 상영한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