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오박해 180주년을 맞아 순교의 의미를 한국교회사적 관점에서는 물론 당시의 조선 법체계와 서양교회의 순교사에 비춰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와 한님성서연구소는 9월 17일 서울대교구청 5층에서 ‘박해와 순교’를 주제로 병오박해 18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 공군사관학교 남호현(하상 바오로) 교수는 ‘범월(犯越) 죄인 우대건, 사학 죄인 김대건: 병오사옥의 형정과 효수, 조율 과정 검토’ 발표에서 조선 정부가 병오박해 중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를 참수가 아닌 효수로 처형한 이유를 분석했다.
남 교수는 박해 시기 신자들의 신분과 교회 내 위상, 체포 사유 등에 따른 처형 방법을 설명한 뒤, “목을 자르는 참수형과 참수한 목을 높은 곳에 매달아 수일 동안 대중들에게 전시하는 효수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효수형은 참수형보다 가중된 처형 방법으로서 참수형의 경우 유족이 곧바로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던 반면, 효수형이 집행되면 유족이라도 시신을 일정 기간 수습할 수 없었고, 정부 입장에서는 대중들에게 경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또 “조선 정부가 중국인 복자 주문모(야고보) 신부나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을 처형할 경우 외교적인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본국에 송환할 수도 있었지만, 처형하지 않으면 국내 기밀이 새어 나갈 것을 두려워해 국내법을 적용해 처형했다”고 해석했다.
수원교회사연구소 이석원(프란치스코) 연구실장은 ‘한국천주교 금압 시기 치명·치명자(순교·순교자)에 대한 인식 - 병오년 천주교 박해를 중심으로’에서 병오박해에 대해 한국교회가 지니고 있는 인식을 관련 서한과 증언록을 바탕으로 살폈다. 이 연구실장은 성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병오박해 순교자들의 믿음에 대해 “다른 박해 순교자들과 마찬가지로 병오년 순교자들은 혹독한 심문에도 끝까지 배교의 유혹을 거부하고 순교의 은총을 받은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들은 성경 속 순교의 의미와 외국의 순교 사례를 발표했다.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수석연구원이 ‘순교의 전사와 기원 - 구약성경의 순교 연구’, 송혜경(비아) 수석연구원이 ‘베드로 행전이 전하는 베드로 사도의 순교 - 역사적 고찰’, 김선영(아녜스) 수석연구원이 ‘순교자를 기리는 노래 - <임금과 순교자들의 소기타>를 통해 살펴보는 동방 시리아 교회의 순교자들에 대한 기억’을 각각 발표했다
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상민(바오로) 신부는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250년) 연구 - 그 동기와 목적을 중심으로’에서 로마의 종교 박해는 다신교적 전통과 그리스도교의 유일신 사상이 충돌하며 일어난 부수적 사건일 뿐 의도적인 박해는 아니라는 점에서 조선의 천주교 박해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