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7일 연례 세미나를 열고 사형제도 폐지를 다시 한번 주장하고 있다.
“2009년 대통령 첫 임기 때 국제사면위원회의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 제도 측면에서 전 세계 최악의 3개국이 북한과 벨라루스, 나머지 한 곳이 우리나라더군요.”
2009~2017년 8년간 몽골 대통령을 지낸 차히아긴 엘벡도르지 국제사형제도반대위원회 위원장이 9월 17일 몽골의 사형제 폐지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관한 사형제도폐지 연례 세미나 ‘사형제도 폐지와 인권적 형벌’에서다.
엘벡도르지 위원장은 “몽골에서 사형 집행을 중단시키는 명령에 서명했던 때 손에 들었던 펜의 무게를 기억한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몽골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오늘날 몽골은 사형을 비밀리에 집행하던 시절보다 더욱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며 “대한민국은 이미 거의 30년 동안 사형 집행 없이 살아왔기에 더 이상 시험해봐야 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8년간 몽골 대통령을 지낸 차히아긴 엘벡도르지 국제사형제도반대위원회 위원장이 9월 17일 사형제도폐지 연례 세미나를 찾아 몽골의 사형제 폐지 계기를 전했다.
발제자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최새얀 변호사는 사형제를 폐지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소개했다. 최 변호사는 “중동 지역은 오랜 기간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의 95 이상이 집중되는 곳”이라며 “이슬람 율법상의 ‘키사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이 국가 폭력의 정당성으로 악용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제앰네스티의 ‘전 세계 사형 현황’을 보면, 이란에서는 2000건 이상,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350건 이상의 사형이 집행됐다.
최 변호사는 “이러한 환경 속에도 레바논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을 역임한 나와프 살람이 2025년 총리에 취임하면서 사형제 폐지의 물꼬를 텄다”며 “레바논은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논의하는 이른바 ‘로마 협상’ 과정에서 인권 친화적이고 국제규범을 존중하는 국가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보이고자 사형제를 폐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수 국가는 자국으로 도피한 범죄자를 본국으로 송환할 때 범죄인이 사형당할 위험이 있다면 범죄인 인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를 원활하게 송환받기 위해서라도 사형제 폐지를 적극 논의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가 9월 17일 사형제도폐지 연례 세미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형제를 폐지하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 이미 2010년 헌법재판소의 일부 재판관들은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은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하되, 감경할 경우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또는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와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는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요청해왔다”며 “중대한 범죄에 대한 사회의 분노와 피해자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지만, 정의가 반드시 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하는지는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생명 존중의 의지를 분명히 밝혀주길 요청한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생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정의를 실현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