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는 2026년 대림 시기부터 한국교회에서 거행되는 모든 미사 전례 때 사용할 미사주로, 호주 예수회가 클레어 밸리에서 운영하는 ‘세븐힐’(Sevenhill Cellars)’과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알라냐 비니(Alagna Vini)’에서 생산하는 포도주를 선정했다.
주교회의는 전문 주류 유통기업인 동원와인플러스와 10월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공식 미사주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호주 세븐힐(Sevenhill Cellars)은 1851년 예수회 사제와 수사들이 설립한 호주 최초이자 유일한 예수회 소유 와이너리로, 교회법에 따라 인공 첨가물 없이 100 순수 포도만으로 양조된 주정 강화 미사주를 생산한다. 현재도 사제들이 생산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며, 남태평양,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한다.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Alagna Vini)는 시칠리아 서부 마르살라에 위치한 3대째 이어 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이탈리아 정부의 ‘역사적 브랜드’(Marchio Storico) 인증을 받은 포도주 명가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교황청에서 공식 사용하는 미사주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중세 시대 채석장을 개조한 최적의 저장 환경에서 관할 교구의 승인과 감독 아래 철저히 생산·관리되며, 시칠리아 토착 품종으로 양조되어 깊은 풍미와 우수한 보존성을 자랑한다.
고품질 미사주의 수입과 공급을 전담할 동원와인플러스는 동원그룹이 100 출자해 2003년 설립한 와인 수입·유통 전문 기업이다. 전 세계 15개국 약 150개 브랜드, 650개 이상의 와인 품목을 취급하며, 온채널 중심의 탄탄한 전국 영업망과 전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주교회의는 ‘미사주 성분 검증, 전례적 인준과 품질 감독’을 맡는다. 동원와인플러스는 ‘해외 와이너리 계약, 수입 통관, 주문, 거래, 물류 배송 등’을 전담한다.

한국교회는 1970년대까지 교구별로 미사주를 수입하여 사용했다. 당시 미사주 수급의 어려움으로 주교회의는 한국교회 차원에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을 통해 국산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성좌로부터 변질되지 않을 정도로 설탕을 첨가할 수 있는 허락도 받았으나(1972년 12월 16일), 포도 재배와 생산 시설 확보 및 기술 문제 등으로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가운데 동양맥주(두산주류BG 전신)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를 통하여 1977년부터 국산 포도주를 발매한다는 계획을 알리며, 1975년부터 미사주를 생산하여 전량 교회에 봉헌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주교회의는 동양맥주가 제조하는 국산 포도주를 미사에 사용하기로 하고, 제조상의 감독권을 전례위원회에 일임했다.(주교회의 1975년 추계 정기 총회) 이후 주교회의는 1977년 9월 동양맥주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마주앙 미사주’를 전국적으로 보급해 왔으며, 2009년 두산주류BG의 주류 사업 매각에 따라 롯데칠성음료가 지금까지 미사주 보급을 이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포도 농가의 고령화와 재배 면적 감소, 저당도(11-13 Brix) 국산 포도의 품질 문제 등으로 미사주의 품질 유지와 원활한 공급에 차질이 있었다. 특히 생산 공장의 이전 문제 등으로 2026년 말까지 기존 마주앙 미사주 재고를 소진한 후에는 해외 수입 미사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주교회의는 2025년 ‘미사주품질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고품질 미사주의 해외 수입을 추진해 왔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탈리아, 미국, 호주, 칠레 등 4개국 주교회의의 추천을 받은 후, 주교회의 실사단을 현지에 파견하여 교회법 준수 여부와 품질을 엄격히 검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 ‘세븐힐’과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 포도주를 공식 미사주로 최종 선정했다.
1975년 동양맥주의 미사주 봉헌 제안에서 시작된 ‘마주앙 미사주’는 이후 두산주류BG, 롯데주류, 롯데칠성음료로 제조사가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과 전례위원회의 엄격한 품질 관리와 감독 아래 국내 재배 포도로 생산한 미사주를 공급하며 교회적 사명을 안정적으로 수행해 왔다.
주교회의는 “1977년 마주앙 미사주 도입 이래 5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찬례의 거룩함을 지킬 수 있도록 헌신해 준 제조사들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특히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배제하고, 원가율 상승과 적자 구조 속에서도 원가 이하 수준(시판용 와인의 50~60)으로 미사주를 한결같이 공급해 준 두산주류BG와 롯데칠성음료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2026년 대림 시기부터 동원와인플러스를 통해 전국 본당에 보급될 미사주는, 주교회의의 철저한 품질 관리와 감독 아래 교구와 본당의 선호도에 따라 호주 세븐힐과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 제품으로 다변화되어 차질 없이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미사주의 시중 유통은 철저히 금지되며 본당 등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교구를 통해 미사주를 공급받게 된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