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는 10월 9일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AI 시대와 인간생명’을 주제로 ‘수도자들을 위한 생명문화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생명문화를 일궈 갈 사명을 지닌 수도자들이 새 과학기술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안의 가능성과 위험을 올바로 식별하며 인간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지켜 갈 지혜를 함께 찾고자 마련됐다.
제3발표를 맡은 뇌과학 및 AI 연구자 윤 프레드릭 수녀(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AI 시대 수도자의 사명은 사람들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며,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올바로 식별하고 선용하는 ‘인간 존엄성 지킴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수녀는 “AI에 끌려가지 않고 지혜와 창의성, 연대의 힘을 일깨우는 수도자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생각을 질문으로 바꾸고 목적에 맞게 설계하는 기술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미래 사도직의 ‘선교 언어’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AI가 내놓은 답을 확인하고 숙고해야 정확한 진리를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도자의 시대는 지났다”며 “창조적으로 변방을 향해, 성당 밖의 사람들을 찾아 떠나야 하며, 이것이 미래의 사도직”이라고 강조했다. 그 본보기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보여준 ‘비움’과 성 가롤로(카를로) 아쿠티스의 ‘연결’을 제시했다.
제1발표에서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백종호(요셉) 신부는 수도자가 식별해야 할 위기의 뿌리를 효율과 이윤의 논리가 모든 결정을 지배하는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에서 찾았다. 백 신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정을 알고리즘에 맡기면 취약한 이들의 배제가 ‘중립성’이라는 겉 포장에 가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칙 「고귀한 인류」가 말하는 AI의 ‘무장해제’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류를 지배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윤을 사람보다 앞세우는 ‘바벨탑’이 아닌, 대화와 경청, 공동 책임으로 함께 세우는 ‘느헤미야의 길’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제2발표에서 교황청 문헌 「옛것과 새것」을 들어 생명에 관한 결정의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으며 결코 AI에 넘길 수 없다고 역설했다.
박 신부는 트랜스휴머니즘, 의료 AI의 책임 공백, 돌봄 로봇이 낳는 정서적 고립 등이 기술로 인간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적 솔루션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대체’가 아닌 ‘인간적 동행’을 회복해야 한다며 “AI가 선한 힘으로 작동할지, 최악의 불의가 될지는 기술 자체가 아닌 우리의 윤리적 식별과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장 백남일(요셉) 신부는 축사에서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고 서로를 위한 봉사와 사랑의 도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