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대구대교구의 새출발을 알린 ‘새 교구청사 축복식 및 역사박물관 개관식’은 새로운 복음화 시대를 열어간다는 뜨거운 열망과 신앙 선조들의 믿음으로 이어진 역사에 대한 존중이 동시에 담긴 뜻깊은 자리였다. 교구 미래 복음화의 거점이 될 본관은 2025년 11월 이미 준공됐지만, 교구는 역사박물관 개관까지 시점을 늦춘 뒤 새 교구청사 축복식을 거행했다. 이는 교구가 새로운 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 신앙 선조들의 훌륭한 역사를 기억하고 본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역사를 토대로 교구 새출발 선포
이날 행사는 새 교구청사 본관 앞 광장에 약 1000명의 신자와 사제, 수도자 등이 모인 가운데 ▲역사박물관 개관식 ▲공식 기념식 ▲‘하늘의 종’ 제막식 ▲새 교구청사 및 역사박물관 축복식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축복식에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물을 축복한 뒤 대지와 건물 외벽에 성수를 뿌렸다. 동시에 부교구장 김종강(시몬) 대주교는 본관 내부,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는 역사박물관을 성수로 축복했다.
조 대주교는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단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신앙 선조들이 어떠한 믿음으로 어려움을 견디고, 어떠한 희망으로 교회를 세워 갔는지를 되새기며,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대주교는 이어 “새 교구청사와 역사박물관이 우리 교구의 지난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는 터전이자, 새로운 복음화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도 축사에서 “오늘 축복식을 거행하는 교구청과 역사박물관이 역사를 기억하되 미래를 향하고, 전통을 소중히 여기되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는 대구대교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표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축복식에 앞서 광장 앞에서는 조형물 ‘하늘의 종’ 제막식이 열렸다. 박창훈(요한 세례자) 조각가가 만들고 교구 가톨릭경제인회가 봉헌한 조형물은 대구본당(현 주교좌계산본당) 초대 주임 로베르 신부와 평신도 주역인 서상돈(아우구스티노), 정규옥(바오로), 김종학(베드로)이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를 찾아가 남방교구가 대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제막식에 앞서 대구가톨릭연극협회는 당시의 장면을 무대에서 재현했다. 1911년 대구대목구 설정의 중요한 계기가 된 이 일을 조형물로 제작한 것은 대구대교구가 사제들만의 노력뿐 아니라 신자들의 열성과 신앙심으로 발전할 수 있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행사에는 전 전주교구장 이병호(빈첸시오) 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대전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부산교구 총대리 신호철(비오) 주교 등이 함께했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김승수(아마토) 국회의원, 강은희(클라라) 대구시교육감, 우동기(파스칼) 전 지방시대위원장, 성한기(요셉)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새 교구청사 본관과 역사박물관
대구대교구청은 교구 설정 당시 서상돈 선생이 기증한 1만여 평 대지 위에 세워졌다. 1913년 완공된 주교관은 본관 역할을 해왔으나, 1964년 원인 모를 화재로 1968년 주교관을 새로 지었다. 이 건물은 새 교구청사 준공 이전까지 본관으로 사용해 오다 이번에 역사박물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새 교구청사 본관은 옛 대건중학교 과학관인 대건관과 옛 운동장 부지에 지어진 ‘ㅁ’ 자 형태의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이다. 건축면적 4424.94㎡, 연면적 2만1717.27㎡ 규모로 세례자 요한 경당, 대·중강의실, 미디어 스튜디오, 전산 교육실 등을 갖췄다. 건물 중앙에는 전시 문화공간의 기능까지 수행하는 중정을 마련했으며, 친환경적 건축물로 지어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해 에너지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역사박물관은 4층 건물 중 1~2층에 조성됐다. 교구 설립과 성장 과정, 신앙 선조들과 역대 교구 구성원들의 발자취를 보전하는 공간이며, 성모당과 인접해 순례자와 방문객이 교구 역사와 신앙을 함께 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4층은 교구 사료실이다.
출입문 위 현판 역할을 하는 글씨 ‘역사박물관’은 조환길 대주교가 직접 쓴 글씨를 본떠 제작했다. 건물 정면 외벽의 반원 패턴은 성모당을 표현한 것이고, 정사각형 패턴은 복음이 전파되는 상징과 함께 지치고 힘든 이들이 교회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기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
내부로 들어가면 2023년 새 종 축복 전까지 110여 년간 주교좌계산대성당 종탑에 설치돼 있었던 ‘레오 아폴로니아 종’을 만날 수 있다. 조형물 ‘하늘의 종’ 맨 위에 형상화된 종도 레오 아폴로니아 종이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