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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올라 ‘WYD 성공’ 염원하다” 전주교구 남원 운봉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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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정오 지리산 천왕봉 정상. 6시간의 산행 끝에 해발 1915m 정상에 오른 신자들이 바위 위에 흰 천을 깔아 마련한 임시 제대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등산복 차림에 앉은 자세도 제각각이었지만,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은 진지했다. 이들이 천왕봉까지 오른 이유는 하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과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였다.

전주교구 남원 운봉본당(주임 정천봉 베네딕토 신부)과 관할 인월공소 신자 24명이 천왕봉 정상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정천봉 신부는 강론에서 “오늘 우리는 하늘이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간절한 소망을 담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며 “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이 분주한 세상 속에서도 하느님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신앙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지리산 바래봉 입구 인근에 자리한 본당은 신자 대부분이 70대 이상인 작은 공동체다. 현재 청년 신자는 한 명도 없다. 서울 WYD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본당들이 홈스테이와 청년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본당은 고령화와 청년 신자 부재로 이 같은 방식의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세계 청년들의 신앙 축제를 무관한 일로 여길 수는 없었다. 본당 여건에서 WYD 준비에 힘을 보탤 방법을 고민하던 정 신부와 신자들이 떠올린 곳은 바로 천왕봉이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올라 청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것이었다.

신자들은 이날 새벽 산행을 시작했다. 고령 신자들이 정상에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무릎 통증과 체력적인 부담으로 힘겨워하는 신자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걸음을 늦추고 뒤처진 신자들을 기다렸다. 밀어주고 끌어주며 한 걸음씩 오른 끝에 마침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른 천왕봉에서 신자들은 자신들의 어려움보다 서울 WYD에 참가할 청년들을 먼저 떠올리며 기도했다. 청년 신자가 없는 본당이지만, 청년들이 신앙의 기쁨을 발견하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여느 본당과 다르지 않았다.

본당 애령분과장 이자화(플로라) 씨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 고민했지만 그래도 서울 WYD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정상에서 미사를 봉헌한다는 의미가 커 동참했다”며 “천왕봉에서의 미사 그 자체가 정말 감동이었다”고 밝혔다.

신자들은 미사 후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12일 오후 하산했다. 이틀에 걸친 산행과 미사는 청년 신자 한 명 없는 작은 본당 공동체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서울 WYD에 힘을 보탠 특별한 여정이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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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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