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넘게 핵폐기장 건설과 골프장 조성, 해상풍력 발전 사업 등으로 개발 논의가 끊이지 않았던 서해의 작은 섬 굴업도에 위로의 성모상이 자리했다.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이하 모임)은 10월 19일 인천교구 덕적도본당 굴업도공소에 청동 성모상을 세우고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생태환경사목부서장 오병수(스테파노) 신부가 주례한 미사와 축복식에는 모임 회원과 교구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연대 관계자, 섬을 찾은 신자들이 함께했다.
공소 앞에 자리한 성모상은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의 <예수성심상> 등을 제작한 한국 성상 조각의 거장 최종태(요셉) 작가의 1983년 작품이다.
오 신부는 “앞으로 공소의 성모님께서 시련과 고통의 상처가 겹겹이 쌓인 주민들을 치유하고 이곳을 찾는 수많은 방문객에게 위로의 빛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13km 떨어진 굴업도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해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린다. 1995년 핵폐기장 부지로 고시됐다가 활성단층이 확인돼 취소됐고, 섬 땅의 98%를 사들인 대기업 계열사가 골프장 리조트를 추진하다 2014년 사업을 접었다. 올해 7월에는 같은 회사의 인근 해상풍력 사업이 정부 입찰에 낙찰돼 착공을 앞두고 있다. 개발 계획이 불거질 때마다 섬의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반복됐다.
모임은 2011년 굴업도를 찾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안드레아) 대표가 골프장·리조트 개발 계획에 맞서 결성했다. 문화예술인 200여 명이 참여해 ‘문화예술의 섬 굴업도’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사진전과 음악회, 무용 공연 등으로 섬의 가치를 알려 왔다.
이들의 활동은 폐허가 돼 가던 굴업도공소를 되살리는 데까지 이어졌다. 굴업도 복음화는 1966년 메리놀 외방 전교회 고(故) 최분도 신부가 병원선 ‘바다의 별’로 주민들을 진료하며 시작됐지만, 인구 감소로 공소도 활기를 잃었다.
폐허가 돼 가던 공소를 안타깝게 여긴 김 대표는 2024년 8월 재미 설치미술가 조숙진 작가에게 보수를 맡겼다. 공사 중 발견된 상량문을 통해 2024년이 공소 건축 50주년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같은 해 원로 조각가 이춘만(크리스티나) 작가의 <십자고상>이 봉헌된 데 이어 이번에 성모상까지 자리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손길로 되살아난 공소는 다시 기도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섬을 찾은 신자들은 이곳에서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고, 냉담 신자들도 방명록에 회심의 글을 남기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앞으로 많은 신자가 사제와 함께 공소를 찾아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미사를 봉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구 가톨릭환경연대 최진형(미카엘) 대표는 “성모상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굴업도 자연의 공존을 지켜내려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