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가톨릭 해외원조 네트워크 모임' 참석을 위해 모인 전국 교구 기관 및 수도회 관계자들이 10월 2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후 재난과 분쟁, 고물가가 맞물리는 복합 위기 속에 국제원조 예산마저 줄어드는 지금, 교회의 해외원조가 일회성 구호를 넘어 현지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 복원과 자립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주교)은 10월 2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해외원조 활동을 하는 교구 기관과 수도회, 전문단체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가톨릭 해외원조 네트워크 모임’을 개최했다. 가톨릭 해외원조 네트워크는 교회 내 해외원조 기관들 간 지속적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국카리타스가 2011년부터 마련해오고 있는 자리다.
이날 모임에서는 ‘복합 위기와 원조 축소의 시대’를 주제로 한 김준엽(요한 바오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발표에 이어 기관별 소개,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각 기관은 김 교수 발표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환경의 변화를 조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김준엽 교수가 10월 2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2026 가톨릭 해외원조 네트워크 모임' 참석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리아 내전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최악의 가뭄으로 옥토가 사막화되자 농민과 유목민이 대거 도시로 몰려들었고, 이것이 내전으로 이어졌다”며 하나의 재난이 다른 위기를 연쇄적으로 불러오는 ‘복합 위기’ 현상이 보편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기후 재난과 내전, 고물가가 서로를 파멸적으로 연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고, 비슷한 예로 아프리카 사헬 지대 역시 사막화로 목초지를 잃은 유목민과 농민 간 충돌이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원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할 ‘공급’은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3억 500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2025년 해체되는 등 전체 원조 예산은 이전보다 23% 감소했다”며 “각국이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 해외원조 예산부터 깎고, 그나마 남은 재원도 자국 이익과 관련된 지역에 집중하면서 절대 빈곤 지역이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교회의 응답으로 ‘보조성의 원리’와 ‘회복 탄력성’을 제시했다. 스스로 마중물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원조에 나설 것을 제안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적용한 사례로 △현지 주민과 가톨릭 공동체가 무선 네트워크로 재난과 위험 징후를 감지해 선제 대피와 긴급 식량 비축에 나서는 콩고민주공화국 남키부 카리타스의 ‘주민 참여형 조기 경보 시스템’ △베이루트 항구 폭발 등에서 신속히 대응하고 이후 지역사회 역량 강화로 전환한 카리타스 레바논 긴급대응단 등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구호는 가족을 살리고, 회복 탄력성은 가족을 다시 일어서게 한다”며 “오지 마을에까지 교구와 수도회 등을 통해 만들어진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교회의 장점을 살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사명을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