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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노동자와 새터민들을 무료로 진료하는 아름다운 병원의 아름다운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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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의사는 뼈가 튼튼하게, 피부과 의사는 피부가 건강하게, 정신과 의사는 정상인(?)으로 찍어 주세요. 하하"
1월 27일 수원 청명고등학교 교정.
매달 마지막 주일마다 `아름다운 병원` 원장이 되는 의사들이 어깨를 포개고 선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어보이자 "과(科) 특성에 맞게 찍어달라"고 농담도 던진다. 내과ㆍ외과ㆍ정신과ㆍ정형외과ㆍ피부과ㆍ치과 의사가 나란히 서니까 `종합병원`이 따로 없다.
"하느님이 주말마다 골프치러 다니라고 의사되게 해 주신거 아니죠."(피부과 전문의 김향배, 프란치스코)
"의사는 당연히 환자가 있는 곳에 있어야죠."(내과 전문의 권영배)
이들은 고등학교 교실을 진찰실 삼아 4년째 외국인 노동자와 새터민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있다. 교실병원의 이름은 `아름다운 병원`. 한 암환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병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남겨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 얼굴만 봐도 표정이 밝아진다. 약 봉투를 받아 돌아갈 때는 서툰 한국어로 감사인사도 잊지 않는다.
병원은 포콜라레 운동을 하는 태국인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보고 한국 포콜라레에 도움을 요청해 개원했다. 포콜라레 새 인류 운동(대표 권길중)이 회원들과 대전 의료봉사단체 룩스회에 도움을 요청해 진료를 시작하자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반병원처럼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게 진정한 치료 아닐까요?"(정신과 전문의 노왕구, 루카)
의사들의 작은 사랑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매회 진료를 받는 환자는 130여 명이지만 봉사하는 이들이 80명을 넘는다.
환자들은 언제부턴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어 병원에 올 때마다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온다. 나눠 입을 수 있는 옷가지도 챙겨와 자연스레 바자가 열리고 있다. 소식을 들은 미용인들은 복도에 거울을 세워 놓고 미용실을 운영한다. 의대를 지망하는 고등학생들도 안내 봉사를 하겠다며 찾아온다.
정형외과 김진학(아넥도, 44) 전문의는 "봉사하는 이들이 특별한 사회가 아니라, 봉사하지 않는 이들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자신들을 특별하게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