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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둘이지만, 아이들 첫영성체는 선교본당의 큰 기쁨이다.
임용환 신부(오른쪽)와 신자가 첫영성체를 한 어린이들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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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자 성모 승천 대축일이었던 15일, 가파른 골목 계단을 스무 개쯤 올라가니 `솔샘 공동체`라고 적힌 삼양동선교본당(주임 임용환 신부)이 보인다. 간판이 없다면 주택인지 성당인지 구분할 수 없다.
미사 1시간 전, 개량 한복 차림의 임용환 신부는 2층 사제관에서 내려와 1층 성당 문을 열고 30여 명 미사 참례자들이 앉을 방석을 깐 뒤 제대를 차린다. 이 날은 첫영성체하는 어린이 2명이 있어 특별히 초 2개가 더 준비된다.
조용한 성당에 앉아 있자니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웃집의 늦은 아침식사 소리, 골목을 지나는 이의 전화소리 등 사람 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느껴지는 순간이다.
얼마 전 본당 신자 한 명이 선종했을 때, 신자들은 삼우미사까지 모두 함께 봉헌하며 그와 얽힌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이들의 첫영성체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기쁨이다. 피자와 떡으로 연 작은 파티에서 신자들은 두 어린이에게 축하인사를 아끼지 않는다.
1998년 9월 서울 북부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삼양동 일대 도시빈민 사목을 위해 설립된 본당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선교본당 중 가장 오래된 본당이다.
재개발이 다 끝나고 주민들은 임대아파트에 들어가 다른 선교본당에 비해 안정돼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모임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선교본당을 중심으로 설립된 자활공동체 솔샘일터와 재활용협동조합 살림, 푸른솔지역대(스카우트) 등을 중심으로 지역운동과 신앙생활은 여전히 활발하다.
지난해 7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본당 지하에 나우리심리상담센터(소장 장경혜 아녜스)를 마련, 주민 상담을 실시하는 것도 큰 특징 중 하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좀 더 신경을 많이 쓸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이사 후 늘어난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도 풀어야 할 과제이고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는 임용환 신부는 다음달부터 중고등부 학생들을 위한 미사를 신설할 계획이다.
강북평화의집 역시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중학생들을 대학생 조언자들과 연결해주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생들은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상처가 많은 아이를 위한 미술치료도 함께하고 있다.
임 신부는 "평생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해본 적 없던 지역민들이 상담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면서 "선교본당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초대교회 모습을 지향하며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본당"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