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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소비` 바람을 타고 소비와 동시에 기부를 할 수 있는 곳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은 우리농촌을 살리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 명동성당 입구 `하늘 땅 물 벗` 매장에서 유기농ㆍ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는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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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이은우(유스티나, 38)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블라우스 한 벌을 사고 기분이 뿌듯하다. 본인이 산 블라우스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옷을 구입하면서 일정금액이 적립돼 어려운 백혈병 환아들의 치료비로 지원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차피 꼭 구입해야 할 상품이라면 내가 구입한 물건 값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인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남는 신용카드 포인트로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공부방을 짓는데 약간의 비용을 보탰고, 한 번은 이씨 덕분에 끼니를 거르는 결식아동의 점심식사 한 끼가 해결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씨에게 기부란 단어는 낯설기만 했다. 예전에는 그야말로 `천사표`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부자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아주 특별한 사람만이 특별한 마음으로 하는 특별한 선행으로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부는 특별한 날, 큰 맘 먹지 않아도 우리들의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어 어느새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설령 `가진 것이 마음 뿐`이라 해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아름다운 나눔과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도처에 많다. 마음만 먹으면 단 돈 100원이라도 기부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 진화하는 기부문화
특정 제품을 살 때 구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기부하는, 이른바 `기부 소비`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쇼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쇼핑만 해도 기부가 되는 곳이 있다. G마켓(www.gmar ket.co.kr)의 경우 지정된 상품을 구매자가 구입할 때마다 일정 금액만큼 적립, 사회복지단체나 환경운동 단체 등에 전달하는 `후원 쇼핑`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매자들의 호응이 높아 올 한해만 해도 후원금액이 5억9000여만 원에 이른다.
`착한 소비` 바람을 타고 소비와 동시에 기부를 할 수 있는 곳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농장터(www.ecocatho lic.org)에서 유기농ㆍ친환경 상품을 주문하거나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 단체인 막달레나 공동체(www.magdalena.or.kr) 같은 단체의 생산 제품을 구입하면 수익금 전액이 환경을 살리거나 취약계층을 돕는 뜻 깊은 일에 사용된다. 더불어 장애인, 여성가장 등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기부다.
카카오를 따기 위해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아프리카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한 원료로 만든 초콜릿과 커피, 농약을 뿌리지 않은 인도 토양에서 생산한 친환경 원료로 만든 티셔츠 등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착한 소비다.
또 외식할 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펼치는 `한 끼 100원 나누기` 가맹업소를 이용하는 것도 기부에 동참하는 방법. 한 끼 100원 나누기는 말 그대로 한 끼 식사 때마다 100원씩 가난하고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나누자는 캠페인이다. 가맹업소는 음식 값을 계산할 때 100원씩 깎아주고 손님이 이를 모금함에 넣어 나눔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복지시설과 틈새계층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면 어떤 느낌일까? 기쁜 날, 꽃보다 아름다운 나눔의 선물로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
여성장애인 전문기관인 성프란치스코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승진ㆍ영전ㆍ기념일 등을 맞은 이에게 축하 화분이나 선물을 보내는 대신, 축하받을 당사자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 어려운 이들을 돕는 `뷰티풀 도네이션`이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전자메일(fwc1209@hanmail.net) 또는 전화(02-830-6500)로 신청하면 기부금은 저소득 여성장애인 가정을 돕는 일에 쓰고, 대신 축하의 주인공에게 예쁜 축하카드와 함께 세액공제용 기부금 영수증을 축하선물로 보내준다. 결국 축하하는 사람이나 축하받는 사람 모두 기부문화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됨으로써 더욱 특별하고 뜻깊은 선물이 된다.
또 결혼식ㆍ기념식ㆍ장례식 등 각종 경조사 때 화환 대신 쌀을 기탁 받아 결식아동,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 100원의 숨겨진 가치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현대인이라면 `잠자는 신용카드 포인트로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사용기한(5년)이 지나 미처 사용하지 못한 채 버려지는(?) 신용카드 포인트가 연간 1380억 원을 웃돌고 있다. 나에게 보잘 것 없는 몇 십, 몇 백 포인트(1포인트=1원)의 소액이라도 기부하면 소외계층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현재 20개 카드사(은행 포함) 가운데 15곳이 누리방에서 포인트 기부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기부 사이트인 아름인(www.arumin.co.kr)에서는 신한카드 포인트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나 성가정입양원, 마리아 수녀회 은평의 마을, 오순절 평화의 마을 등 후원하고 싶은 단체를 선택해 포인트 기부가 가능하다. 지금 진행 중인 한국가톨릭문화원 후원 모금에는 3860여 명이 참여해 2200만 원이 넘는 기금이 모였다.
사회복지단체ㆍNGO 등과 카드사가 제휴한 기부전용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더 편리하게 포인트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 포털 네이버(www.na ver.com)가 공익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기부 포털사이트 해피빈에서는 누리꾼들이 평소 메일 또는 블로그를 쓰거나 이벤트에 참여해 모은 `콩`(콩 1개=100원)을 원하는 단체에 간접 기부할 수 있다. 첫 해 모금액이 8억여 원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2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인터넷 포털 다음(www.daum.net)이 운영하는 아고라 모금청원 서비스 같은 온라인 기부문화 캠페인은 누리꾼들의 기부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놓음으로써 점차 오프라인 상에서도 소액 기부 문화가 확대돼가고 있다. 무엇보다 적은 금액으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손쉽게 후원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일회성 기부가 아닌 생활 속 기부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으로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면 공여제대혈(탯줄혈액) 은행을 통해 생명의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02-590-1149~50), 대구파티마병원 탯줄혈액은행(053-940-7685) 등에 출산 후 버려지는 제대혈을 기증하면 백혈병 등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난치병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생명 기부`라는 점에서 그 어떤 기부보다 위대한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서영호
가톨릭평화신문 200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