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주임 정연정 신부)는 성지 내 ‘오성(五聖)바위’ 보호를 위해 유리보호막을 설치했다.
오성바위는 1866년 병인박해 때 보령 갈매못에서 순교한 다블뤼 주교, 오메르트 신부, 위앵 신부, 황석두 루카, 장주기 요셉 등 다섯 성인이 충청도에서 체포돼 서울로 압송될 때 한 번, 서울에서 사형장인 갈매못으로 끌려가던 중 한 번 앉아 쉬었던 바위다. 박해가 지나고 신자들에게 ‘느티나무 밑 큰 바위’로 알려졌던 오성바위는 다섯 성인이 처형장으로 압송되던 중 포졸들이 잠시 포승줄을 풀어줬을 때, 교우들을 격려하고 막걸리로 목을 축였던 일화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오성바위는 그동안 안내판을 세워둬 순례자들에 의한 손상은 크지 않았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산성비와 기후변화로 인한 풍화작용, 비둘기 등 조류의 배설물로 인해 훼손이 우려됐다. 절두산순교성지는 지난 연말부터 1월 초까지 유리보호막 설치를 마쳤고 안내문 제작과 주변 조경 사업도 조만간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오성바위는 1973년 4월 12일 충남 아산군 동천리에 있던 것을 당시 절두산순교성지 주임 박희봉 신부(1924~1988)가 이전 허가를 얻어 미군 제83병기대대의 협조로 옮겨 왔다. 본래 ‘복자(福者)바위’라고 불리다가 1984년 5월 6일 시성식 후 박희봉 신부가 ‘오성바위’라고 명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오성바위는 두께 1m, 지름 4m, 둘레 11m, 무게 16톤 규모며 바위 옆에 놓인 높이 48cm, 둘레 118cm의 돌은 다블뤼 주교가 1845년 성 김대건 신부와 함께 입국해 합덕 신리에서 숨어 살던 방을 드나들 때마다 밟던 문지방돌이다.
절두산순교성지 관계자는 “오성바위에 유리보호막을 덮은 후 순례자들의 바위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성지는 유리보호막 설치를 계기로 다섯 성인에 대한 약전과 오성바위에 얽힌 자세한 사연을 성지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