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6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순교자성월에 만난 사람/ 40여 일째 600㎞ 도보 순례하고 있는 신인철씨

16㎏ 가방 메고 뙤약볕 걸음마다 순교영성 깃들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도보 순례는 온몸으로 하는 기도입니다. 거대한 십자가와 같은 무거운 짐을 지고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이 힘든 여정은 내 힘으로 가는 게 아니란 걸 금세 깨닫게 됩니다.”

신인철(스테파노, 60, 수원교구 지동본당)씨는 말 그대로 도보 순례 예찬자다. 지난해 하느님의 종 124위와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을 기원하며 전남 강진에서 수원까지 842㎞에 이르는 구간의 성지 60여 개를 홀로 도보 순례했다. 올해에는 ‘일어나 비추어라’ 깃발을 꽂은 가방을 다시 둘러메고 8월 6일 경남 거제 순교자 윤봉문의 묘를 기점으로 부산교구와 대구대교구 내 성지를 거쳐 이달 19일 안동 우곡성지까지 40여 일째 홀로 숙식하며 600㎞ 넘게 걷고 있다.

예순의 그를 이처럼 ‘무모한 도전’으로 이끈 건 기도였다. 기도 중 주님은 그에게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라고 질문했다. 순례는 그의 응답이었다. 평소 각종 도보 순례 행사에 꾸준히 참여해오던 신씨는 이참에 전국을 순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땅은 선조들의 피로 세워진 곳이잖아요. 그분들을 제대로 현양하려면 차 타고 편히 다녀오는 순례 관광이 아닌, 그분들이 박해를 피해 다닌 흔적을 따라 직접 걸어야 합니다. 힘들지만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선조들의 굳은 믿음을 잘 볼 수 있습니다.”

16㎏에 이르는 가방을 메고 다니려니 어깨 통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발톱도 벌써 3개나 빠졌다. 뙤약볕 아래 걸으며 일사병도 숱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홀로 산길과 고개를 걷는 고난의 여정 속에서 뜻하지 않은 은총들은 찾아왔다. 차를 몰고 지나가던 이가 창문을 열고 신씨에게 먼저 빵과 우유를 건네기도 하고, 외딴 주유소 사장은 먼저 손짓하며 “쉬었다 가라”고 환대했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현동 아빠스는 “수도원이 세워지고 도보 순례자가 혈혈단신 찾아온 일은 없었다”며 당시 오랜 순례로 몸이 성치 않았던 신씨에게 언제까지고 머물다 가라고 해줬다.

하루 10시간 약 30㎞씩 걷는 그의 길잡이는 아내 최금순(데보라, 62)씨. 순례의 은총 덕분인지 지금은 갑상샘항진증과 심장질환 등 병이 나았지만, 아내는 순례 동반자처럼 신씨를 든든히 보조하고 있다.

순례 여정이 빼곡히 적힌 그의 수첩 속 다음 행선지는 경북 영주 홍유한 유택지. 원주ㆍ춘천교구 성지를 거쳐 수원교구에 다다르면 지난해와 합쳐 2000㎞를 훌쩍 넘는 순례를 마치게 된다.

“도보 순례만큼 참 자아와 주님을 만나도록 이끄는 건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일상을 내려놓고 주말에라도 짧게나마 순례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엄두가 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제 발자취를 꼼꼼히 정리해 신자들의 도보순례를 돕는 단체도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의 제 걸음이 우리가 신앙 선조들을 더욱 잘 현양하는 불쏘시개가 됐으면 합니다.”

글·사진=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9-3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4. 6

2디 2장 25절
반대자들을 온유하게 바로잡아 주어야 합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