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후암동본당, 매달 한 차례 ‘전 신자 점심 나눔’
“점심 식사하고 가세요!”
지난 3일 서울 후암동성당. 주일 교중 미사가 막 끝난 시각. 주임 이상범 신부는 신자들에게 “안녕히 가세요” 대신 “식사하고 가시라”는 말을 건넸다. 신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식당으로 향했고, 지하 식당은 이내 꽉 찼다. 이날은 본당 성모성심회가 매달 한 차례 마련하는 ‘전 신자 점심 나눔의 날’이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새싹 비빔밥’. 신자들은 봄 내음 물씬 나는 채소와 밥을 쓱싹쓱싹 비벼 먹으며 담소도 나누고, 맛도 즐겼다. 미사 참여자 대부분이 식당으로 향하다 보니 교리실에 로비까지 남는 자리가 없다. 흡사 ‘일일 식당’이 차려진 모습이다.
한 교리실에 둘러앉은 예비 신자들은 “오늘 두 번째 식사를 함께하는데, 교리교육과 미사 참여에 식사까지 하니 더욱 친해진 걸 느낀다”며 좋아했다. 옹기종기 앉아 식사하는 어르신들은 “지난번 육개장도 맛있었는데, 오늘 비빔밥도 맛이 좋다”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본당 성모성심회원 20여 명은 2년째 이어지는 식사 나눔을 위해 절기에 맞는 메뉴 선정과 재료 구매에 정성을 다한다. 이날처럼 400인분 음식을 해내야 하는 날이면 전날부터 분주해진다. 당일 식사 나눔 때엔 여성 구ㆍ반장들까지 두 팔 걷어붙이고 앞치마 차림으로 식사 안내를 돕고, 설거지와 뒷정리도 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한여름엔 삼계탕처럼 몸에 좋은 음식도 뚝딱 해낸다. 식사 나눔이 먹는 이에게나 준비하는 이에게나 좋은 친교로 이어지는 것이다. 식사 후엔 영화감상 시간도 꼭 있다.
성모성심회 박숙녀(로사리아) 회장은 “‘보기에도 좋은 게 먹기도 좋다’기에 좋은 재료와 맛에 신경 쓴다”며 “정말 맛있었다고 해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상범 신부는 “우리 본당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어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식사와 대화로 친교를 다진다”며 “그러다 보니 어떤 공동체 행사를 해도 분위기가 더 활발하고 끈끈하다”고 자랑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