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가보 「도리 헨리코의 생애」 손골성지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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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 도리 신부의 5대손 프랑소아즈 마르삭씨(오른쪽)와 여동생 오딜 키리씨가 성인 동상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정훈 기자 |
“성 도리 신부님은 우리 가족이자 모두의 성인입니다. 성령의 힘이 지금도 저희를 한국으로 불러주고 계심을 느낍니다.”
6일 손골성지에서 만난 성 도리 신부의 5세손이자 고손녀인 프랑소아즈 마르삭(63)ㆍ오딜 키리(60)씨 자매는 기쁨과 감격, 숙연함 등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150년 전 할아버지가 박해 중에도 하느님을 알리고자 사목했던 곳이어서 그런지 이들은 더욱 경건하고도 진지한 눈빛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모습이었다.
1984년 한국에서 열린 도리 신부의 시성식을 비롯해 이번이 한국 순례 3번째라는 마르삭씨는 “오늘 도리 신부님 순교 150주년을 맞아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특히 도리 신부님이 한글을 배우고 교우들과 함께했던 손골성지는 저희에게도 가정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들은 150년간 가보로 간직해 오던 「도리 헨리코의 생애」를 기증하게 된 쉽지 않은 결정을 기쁨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키리씨는 “이 책은 여러 세대를 거쳐 집안 대대로 맏이가 간직해 온 귀중한 보물”이라며 “우리와 깊은 관계를 해 오고 있는 손골성지에 이 보물을 기증한 것에 대해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께서도 자랑스럽게 여기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도리 신부 출신 본당인 생 틸래르 드 탈몽본당은 도리 신부 생일인 9월 23일이면 기념 미사와 축제를 연다. 가족들이 오래전 뤼송교구에 봉헌한 도리 신부 생가는 순례 명소 가운데 한 곳이다. 지역 공동체가 함께 성인을 기억하는 분위기 속에 도리 신부 가족은 대대로 성인의 순교사를 전해 듣고, 직접 쓴 편지와 각종 자료를 보존하며 현양하고 있다. 이날 전기를 봉헌한 것도 모두 성인 가족 전체에 흐르는 신앙심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2일 입국한 이들은 도리 신부 유해가 20년간 묻혀 있던 서울 왜고개성지와 북한땅이 보이는 경기 김포 애기봉, 미리내성지, 갈매못성지 등을 순례했다. 그러면서 순례하며 만난 신자와 수도자들과 신앙적 교감을 아낌없이 나눴다.
마르삭씨는 “저희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일 도리 성인을 위해 기도하셨고, 아버지께서도 살아 계실 때 늘 도리 신부님 영성을 기억하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면서 “도리 성인은 우리 가족 모두를 이끄는 중심이자 순교지인 한국을 이어주는 중심이 되고 계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성지를 순례하는 내내 모든 순교자가 내 가족처럼 여겨졌다”며 “저희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깊은 관계를 해 주고 계시는 윤민구 신부님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두 사람을 비롯한 프랑스 순례단은 3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하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한국 교회가 종교 자유를 온전히 누리게 된 것이 여러분 신앙 선조들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현하며 “프랑스 선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교회도 나누는 교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순례단과 함께 온 프랑스 앙굴렘교구 성베드로주교좌본당 주임 미셸 멍귀 신부는 “한국 교회와 프랑스 교회는 한 가족”이라며 “추기경님과 많은 한국 신부님들이 앙굴렘교구에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염 추기경에게 앙굴렘교구장의 서한, 선물 등을 전달했다. 도리 성인 후손과 프랑스 순례단은 11일 출국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