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4동본당, 새터민 60여 명 18일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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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남 신부가 새터민에게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남정률 기자 |
12일 오전 서울 반포4동성당(주임 이종남 신부). 10시가 가까워지자 지하 교리실은 수도권 각지에서 모여든 60여 명의 새터민으로 가득 찼다.
이종남 신부는 마지막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통해 새터민들의 대부 대모가 될 신자들을 소개하고,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이 신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새터민들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설렘이 가득했다.
이들은 18일 성당에서 열리는 세례식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날 예정이다. 목숨을 건 탈북으로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 새터민들이 세례로써 하느님 자녀로 또 한 번 태어나는 것이다.
본당에서 한꺼번에 60여 명이나 되는 새터민을 따로 교육하고 세례를 주는 것은 드문 일. 새터민 교리는 평소 북한 선교와 새터민 사목에 관심이 많은 이 신부가 새터민 관련 기관 지인의 요청을 받고 흔쾌히 응낙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본당은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한 새터민들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신앙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신부가 직접 교리를 맡은 것은 물론 집에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 새터민들을 위해 간식을 제공하고 교리와 미사가 끝난 후에는 점심을 같이하도록 했다.
또 새터민을 유형별로 묶어 새터민 5명당 1명씩 본당에서 엄선한 대부 대모를 지정하고 자체 모임을 갖도록 하는 등 새터민들이 세례 후에도 신앙생활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교리 초기에는 잔뜩 긴장하고 움츠렸던 새터민들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웃음꽃을 피울 만큼 활기차고 밝아졌다는 교리 봉사자의 귀띔이다.
세례명을 요셉으로 정한 양 모(2014년 탈북)씨는 “새터민들이 가장 굶주린 것이 사랑인데, 신부님은 그야말로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저희를 돌봐주셨다”면서 이 신부에게 감사를 전하고, 가톨릭을 새 ‘터’ 삼아 충실한 신앙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통일이 되면 당장 북으로 달려가 북한 복음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이 신부는 “북한을 복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그리스도의 사도가 바로 새터민”이라며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인 동시에 북한 복음화의 주역이 될 새터민들에게 많은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