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순교자들 목이 잘리고, 잘린 목이 강으로 던져진 곳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정연정 주임 신부는 성지를 방문한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총재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과 시리아 홈스대교구장 장-아브도 아르바흐 대주교에게 성지의 역사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당시 ACN 한국지부 설립 기념 미사와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설명을 듣던 아르바흐 대주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흐 대주교와 대화하며 정 신부는 시리아 그리스도교인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시리아의 박해를 머리로만 이해하려 하지 않았나’ 하고 자성했다.
정 신부는 기도와 더불어 시리아의 그리스도인을 실질적으로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아 성지 사목목표를 ‘박해받은 교회에서 박해받는 교회에게’로 정하고 2016년 한 해 동안 성지 평일미사(오전 10시, 오후 3시) 중 봉헌을 시행, 전액을 ACN 한국지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주보에 기부 취지를 게재하고, 미사 때 신자들에게 시리아 교회 상황을 알리며 동참을 부탁했다. 정 신부도 매달 일정액을 봉헌했다. 신자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박해받는 교회’ 돕기에 나섰다.
첫 달(1월) 2440여만 원을 시작으로, 2월에는 3400여만 원, 3월 2900여만 원이 모금됐다. 지난 6개월 동안 모인 봉헌금은 1억 7000여만 원에 이른다. 절두산순교성지는 매달 첫 월요일에 한 달치 봉헌금을 ACN 한국 지부에 송금하고, 주보에 공지하고 있다.
한국 ACN 요하네스 클라우자 대표는 매달 정 신부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절두산순교성지에 감사드린다”며 성지를 방문해 정 신부에게 ACN의 계획을 알려주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정 신부는 “한국 ACN에 절두산 성지 봉헌금은 특별히 시리아 교회를 위해 써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박해받는 교회를 기억하며 정성스럽게 봉헌해 주시는 신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