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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나누며 더 좋은 세상 만드는 엄마들

육아맘 모임 ‘홀리 웬즈데이’, 인터넷 만남이 정기 모임으로 공동 육아 위한 공동 주택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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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맘 모임 ‘홀리 웬즈데이’, 인터넷 만남이 정기 모임으로 공동 육아 위한 공동 주택 계획

▲ 1년 반 동안 ‘홀리 웬즈데이’ 모임을 통해 함께 성경을 읽고 신앙을 나누고 있는 엄마들. 왼쪽부터 박민경ㆍ김경희ㆍ박수현씨. 신정민씨는 최근 둘째 출산으로, 서화일씨는 남편을 따라 독일로 출국해 함께하지 못했다. 이지혜 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 태어난 지 50일, 100일 된 아기들은 엄마 품에 안겨 있고, 2~4살 된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상황에 엄마 다섯 명이 성경을 함께 읽고 묵주기도를 바친다. 기도하다가 수유를 하는 엄마도 있고, 아이가 보채면 안아주고 간식을 챙기는 엄마도 있다. 누구 하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앉았다가 일어섰다, 돌아다니기를 반복하는 정신 없는 상황에도 엄마들의 기도는 이어진다.

어린아이들을 품에 끼고 매주 수요일 함께 모여서 기도하고, 복음을 나누며 책을 읽는 엄마들이 있다. 모임 이름은 ‘홀리 웬즈데이’(Holy Wednes- day).

초등학교 교사인 김경희(베로니카, 36, 도곡동본당)씨만 육아휴직 중이고, 홍보 일을 했던 박민경(아이린, 34, 한강본당)씨와 기상청연구소 연구원이었던 박수현(에디타, 36, 일원동본당)씨,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신정민(체칠리아, 34, 포이동본당)씨와 방송작가인 서화일(글로리아, 40, 사당동본당)씨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홀리 웬즈데이 모임이 시작된 건 지난해 1월, 이들은 병원 분만실, 수술 도구에 기대지 않는 ‘자연주의 출산’ 인터넷 카페의 소모임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우리 같은 엄마들은 아기가 있다는 이유로 성서 모임도 못하고, 성당에서 블랙홀 같은 존재더라고요. 아기가 있어도 신앙 모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박민경씨)

성경 통독을 위해 모인 엄마들은 복음 나눔을 통해 삶을 나누며 내적으로 교감하는 사이가 됐다. 자연주의 출산을 시작으로, 아이를 자연스럽게 양육하고 싶은 육아관도 통했다. 녹색평론과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환경 이야기로 확장됐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엄마가 되고 보니,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 내 아이와 관련된 일인 거예요. 방사능이나 탈핵 문제, 세월호 참사가 일상에 던지는 불안까지요. ‘엄마’라는 정체성을 통해 사고가 확장되고, 사회 문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해결해야 할 절박한 과제로 다가왔습니다.”(김경희씨)

엄마들은 지난 4월 24일 작은 카페를 하나 빌렸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나눔 콘서트를 기획한 것. 엄마들은 세월호 유가족 5명과 가족 및 지인 60여 명을 초대해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위로의 성가를 선물했다. 그리고 엄마들은 각자가 가진 상처를 꺼내 놓으며 그 상처가 신앙 안에서 어떻게 치유됐는지를 나눴다. 세월호 유가족과 엄마들은 함께 울었다. 엄마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속에 하느님께서 필요한 치유 기적을 일으키시도록 기도했다. 콘서트 수익금 70만 원은 416가족협의회에 기부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아이들의 엄마가 된 이들은 콘서트를 통해 좋은 뜻을 지닌 이들이 함께 꿈꾸고, 연대하고, 행동할 때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모임을 하기 전에는 여성의 삶을 이분화해서 봤어요. 워킹맘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경력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이 단절된 채 아이와 가정만 바라보는 엄마로 사느냐 이 두 가지 길만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엄마로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희는 휴직 중이 아니라 시민 활동가예요.”(박민경씨)

박수현씨는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성경 한 구절만 겨우 읽고 끝날 때도 있지만 이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털어놨다.

마을 공동체와 공동 육아, 사회적 협동조합에도 관심 있는 이들은 다섯 가정이 공동 육아로 아이를 키울 공동 주택을 지어 함께 살 계획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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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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