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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2동본당 사별가족 모임 ‘사랑샘’, 서로의 아픔 나눠
“자녀들도 이젠 남편을 잊으라 하는 바람에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었는데 성당에서 이런 자리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60대 여성 A씨)
서울대교구 가락2동본당(주임 윤성호 신부)이 9월 28일부터 11월 16일까지 매주 수요일 개최한 사별가족모임 ‘사랑샘’에 대한 참가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사랑샘은 사별의 고통을 안고 살아온 신자들을 위한 자리다. 같은 처지에 놓인 신자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도록 해줬고, 전문가 상담도 마련했다.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은 사랑샘을 통해 8주 동안 견디기 어려웠던 고통과 충격을 덜어내고 그동안 겪어온 다양한 감정들을 치유 받았다.
사랑샘 프로그램은 한 번에 3시간가량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각자 떠나간 가족을 소개하고 사별과 상실의 슬픔, 분노, 화, 죄책감,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이들에 대해 털어놨다. 처음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했던 이들은 점차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던 참가자도 시간이 지나자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후반부에는 1박 2일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각자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고 새 희망을 품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남편을 잃은 공통점을 가진 7명이 참가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한 번에 10명 미만만 신청을 받고 있다.
후속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서로의 비밀을 아는 구성원끼리 자조 그룹을 형성해 꾸준히 만남과 여행 등을 이어간다.
본당은 처음으로 실시한 사별가족모임 프로그램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인 모현센터의원의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계 의료기관 등 기관 차원의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본당에서 프로그램이 이뤄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본당은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지난해 두 명의 봉사자를 모현센터의원에 파견, 10주 과정의 상실 수업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이후 8주간 모현 샘터(사별가족 프로그램)에서 인턴 과정도 거치게 했다. 프로그램을 위해 본당 세미나실을 새로 도배하고 방음시설도 갖췄다. 내년부터는 연 2회 진행할 예정이다.
윤성호 신부는 “아끼던 물건을 잃어도 상실의 아픔을 겪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여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제는 지구 또는 지역(동ㆍ중ㆍ서서울) 차원에서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