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상 요한 사도
북한 인권기록보존소 소장
김정은 등장 이후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간 2000~3000명에서 2015년엔 1276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입국자는 전년 대비 11나 증가해 1417명이다. 물론 2009년 입국자 2914명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증가를 관련 부서에서는 반기는 분위기이다. 2012년 김정은의 본격 등장 이후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어 4년간 정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장성택 처형을 비롯한 피비린내 나는 숙청과 공포정치를 감행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주민들의 탈출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은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의 성과를 설명하기에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김정은의 폭정이 계속되면 북한의 엘리트층과 주민들의 반발이 강화되고, 그 결과로 많은 주민이 탈출을 감행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현 정부는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을 시행했는데, 오히려 북한 체제의 탈출자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2016년 북한의 연이은 4,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과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탈북 사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입국,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입국 등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북 압박 정책의 성과로 제시할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유엔과 국제 사회, 그리고 한국 정부의 체계적이고 강력한 대북 제재가 시행되니까 북한의 엘리트층과 주민들이 동요하고, 탈북자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증가는 북한 내부 거주자의 탈북 행렬이 증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 내부 주민의 탈북 증가라기보다는 이미 해외에 나와 있던 외교관, 해외 노동자의 국내 입국이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이 북한 사회 내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해외 거주 북한 주민에게 미친 대북 압박 정책이 북한 내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북 압박 정책의 성과를 찾던 정책 당국자는 물론이고 북한이탈주민의 입국 감소로 정상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통일부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초기 사회적응교육시설)은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증가라는 보도자료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도 이산가족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이산가족은 전쟁 시기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3만 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은 전쟁 이후 발생한 이산가족이며, 현재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과 귀환 국군포로, 귀환 납북자를 이산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이들도 가족이 북한에 남아 있는 엄연한 이산가족이다.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온 이들은 잔여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걱정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한국행을 선택하는 것은 환영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지만, 새로운 이산가족의 발생을 마냥 축하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소하는 데 우선점을 두기 바란다. 유엔 북한 인권 서울사무소도 올해 이산가족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제한적 상봉 수준이 아닌 남북한 주민의 자유왕래를 선제적으로 선언하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급진적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