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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에 볏짚 지고 논두렁 거닌 벽안의 사제

서해안 섬마을에서 사목한 미국인 사제 최분도 신부 전기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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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섬마을에서 사목한 미국인 사제 최분도 신부 전기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 출간

▲ ‘서해안의 슈바이처’로 불린 최분도 신부는 의료사업뿐 아니라 1600여 명의 혼혈아들을 미국으로 해외입양을 보냈다.
최분도신부추모위원회 제공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미국인 사제가 있었다. 인천 연평도와 덕적도에서 수단을 벗고 섬마을 주민들과 논과 밭으로 나가 지게를 지고, 쟁기를 든 사제였다. 섬마을 사람들과 열무 국수와 막걸리를 먹으며 어깨춤도 췄다. 영세어민의 어선을 지원하고, 배를 타고 다니며 환자들을 진료했다. 1600여 명의 혼혈아를 미국으로 입양시켰고, 민주화 운동에도 힘썼다.

1959년부터 30여 년간 인천교구에서 선교사로 산 ‘서해안의 슈바이처’ 최분도(Benedick A. Zweber, 1932~2001, 메리놀외방선교회) 신부 이야기다. 최 신부를 사랑하는 사제와 평신도들로 구성된 최분도신부추모위원회(사제단 대표 김병상 몬시뇰)가 최 신부의 전기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를 펴냈다.



낯선 음식에 배앓이하며 한국어 익혀

스물 일곱의 나이로 한국에 입국한 최 신부는 답동ㆍ송림동ㆍ백령도본당에서 보좌로 사목하다, 1962년 서해 낙도 22개 섬 공소를 관할하는 연평도본당의 주임으로 부임한다. 인천교구가 설립된 건 1961년, 당시 인천교구에는 한국인 성직자가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 선교사제 19명만 있던 시절이다.

그는 고추, 마늘이 들어간 음식으로 배앓이에 시달리면서도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신앙을 전해주기 위해 한국땅을 밟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가난한 섬 사람들의 생계였다. 병원은 물론 상수도 시설도 엉망이었으며, 아픈데도 치료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넘쳐났다. 공부할 시기를 놓치고 있는 아이들도 눈에 밟혔다. 집집이 가정 방문을 한 그는 미국에 후원을 요청했고, 미국 전역에서 구호품이 답지했다. 그가 연평도에서 사는 동안 연평도민 600여 가구 중 500여 가구가 입교했다.

1964년 최 신부는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바다의 별’이라는 병원선을 처음 출항시켰고, 섬을 순회하며 800여 명을 무료로 진료해줬다. ‘슈바이처’란 별명은 이때 붙었다. 1966년 덕적도본당에 부임한 최 신부는 ‘복자 유베드루’ 병원을 개원해 중국인 어르신도 보살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했기에

1990년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 메리놀외방선교회 본부에서 성소사목을 이어간 최 신부는 65살에 러시아 선교를 지원한다. 러시아의 사할린에서도 한국인 동포를 위한 성야고보성당을 신축할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사랑은 깊었다. 그러나 척수 골수암이 몸에 펴져 가고 있었고, 2001년 3월 미국 뉴욕의 요양원에서 눈을 감았다.

「가거라! 내가 너를 보낸다」에는 장례미사 추도사와 추모의 글을 부록으로 실었다. 지은이는 1983년 신동아 제19회 넌픽션작품 공모에서 ‘덕적도의 코신부’로 최우수상을 받은 김옥경(로사리아)씨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발간사에서 “신부님께서는 시대의 아픔과 혼란 속에서 기쁜 소식이 이 땅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고뇌하시고 실천하신 사목자로 사셨다”면서 “최 신부님은 진정한 선교사요, 목자로 이 땅을 사랑하셨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최분도신부추모위원회는 1월 21일 인천시 부평 산곡3동성당에서 출판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최 신부의 삶을 추모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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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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