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제자들에게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가르쳤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개월 되는 이 시점에 이 말이 떠오르는 것은 상황이 나빠서가 아니라 문 대통령이 그동안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개월과 비교할 때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매우 안정적이며 대다수 국민이 만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개월 동안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좌충우돌했다.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법 폐지를 추진했고 강력하게 이민금지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의 의료개혁안은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고 야심적인 이민금지 행정명령은 사법부에 의해 집행정지 당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사회는 온통 논쟁에 휩싸였고 구체적인 성과는 없이 갈등만 증폭되었다. 그리고 그의 지지도는 선거 때보다도 떨어져서 40대에 머물렀고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개월 동안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행보를 펼쳤다. 문 대통령은 요란하지 않으면서 감동적인 언행과 조치로써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불행을 잘 수습했다. 그 결과 40대의 지지로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80대의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의 탁월한 공감 능력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공황 상태가 일순간에 해소된 것이다. 이 과정 중에 5ㆍ18 37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유족 대표 김소형씨를 덥석 안는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찍이 춘추전국시대 때 맹자도 제나라 선왕의 공감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제선왕은 제사 때 쓸 소를 불쌍히 생각해서 소 대신에 양을 쓰라고 지시했는데, 이를 맹자는 인의를 아는 군자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물론 제선왕은 인간과의 공감대를 확대하라는 맹자의 가르침을 수용하지 못하고 말았지만, 공감과 소통의 능력이야말로 좋은 정치인의 소중한 자질이다. 그러나 고대 국가가 아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그것만으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강조했듯이, 근대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분출된 사적 소유의 욕망은 모든 선한 의지와 구상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현대 민주주의는 오직 법치주의의 절차를 통해서만 작동된다. 대통령뿐만 온 국민에게 추앙받는 성인과 현자라도 법을 프리패스할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한 달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과도한 기대를 심어 주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그의 탁월한 능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소심함에서 연유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갈등을 증폭할 필요는 없더라도 현재적 갈등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음이 마땅하다. 취임 초기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쟁화시켜서 정치적 파열음 속에서 누더기 법에 따라 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국민과 더불어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으며 그 과정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과유불급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유불급의 지혜가 더 필요한 쪽은 정부보다 오히려 국민이다. 지나친 기대는 실망과 좌절로 이어지고, 이는 더 큰 분노로 증폭되어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 우리 지도자들에게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마태 10,16) 나라를 이끌어갈 지혜를 베풀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