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커 볼프(Notker Wolf, 77) 전 수석 아빠스는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속으로 2016년 9월까지 16년간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 수석 아빠스로 지냈다. 수석 아빠스는 성 베네딕도회를 대표해 수도원 간 일치를 촉진하고 유대와 협력을 강화해 베네딕도회의 수도 전통을 유지하는 자리다.
노트커 전 수석 아빠스는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신학교 시절부터 스승에게 북한 덕원수도원과 옥사덕 강제수용소 생활을 들으며 한국과 중국에 대한 선교 열망을 키웠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6년간 철학 교수로 있다가 서른 일곱살에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총아빠스로 선출된 그는 북한과 중국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00년에는 수석 아빠스로 선출돼, 4년 임기를 4차례나 연임했다.
그는 7월 초부터 6주간 세계 여러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을 방문하고 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보여 준 수도원의 협력과 사랑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7월 24일 방한한 그는 왜관과 서울 수도원 등을 방문하고 대구대교구 이문희ㆍ조환길 대주교를 예방해 북한 나선 국제가톨릭병원 설립과 운영에 도움 준 것에 감사했다.
▶공산화 이후 북한과 중국 복음화에 큰 기여를 했다.
1985년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1946년 중국이 공산화돼 연길수도원이 폐쇄되고 수도자들이 강제수용소에서 추방된 이후 중국 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 만주 지역을 둘러봤는데 그때까지 신앙 공동체가 살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오틸리엔 수도원과 툿찡 수녀원이 협력해 만주에 500병상의 병원을 지어 운영했다. 이 일을 계기로 북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다. 1994년 한국을 방문해 김수환 추기경, 이문희 대주교, 김남수·두봉 주교와 북한 지역에 병원을 짓기로 하고 그 책임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김상진 신부에게 맡겼다. 북한 당국과 긴 협상 끝에 2005년 나진선봉지역에 라선국제가톨릭병원을 지었고, 2009년 증축했다. 이 병원은 한국 교회가 지원해 지은 첫 북한 병원으로 평화와 협력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독일 통일 과정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모델이 되고 있다. 특별히 통일 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이 있다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북한 정권이 마음에 안 들어도 항상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해야 한다. 한쪽을 지배하려는 자세는 곤란하다. 독일과 한국의 상황을 평면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교류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 역시 신뢰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교류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바티칸과 중국과의 수교가 조심스레 이야기되고 있다.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필요한 것은 ‘인내’다. 공포와 두려움을 지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임 동안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가 붕괴하는 것을 보고 바티칸과 수교할 때 똑같은 현상이 중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 이런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성 베네딕도회가 추구하는 영성 가운데 현대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십자가의 약함이 우리의 힘이다. 수도원은 영성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도자는 무엇을 하기보다 존재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삶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게 해주는 역할이 수도자의 존재 목적이다. 교회가 권위주의와 권력 중심에서 벗어나 십자가의 약함을 따를 때 세상을 복음화될 것이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그 복음화를 위해 존재하는 영성가들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덕원의 순교자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동료 37위 시복 운동에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국 방문을 마친 그는 7월 28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