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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가난한 ‘행복 강대국’ 부탄의 교훈(이성훈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이성훈(안셀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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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탄과 한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부탄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수교 30주년을 기념, 부탄 정부가 올 6월부터 3개월간 한국 관광객을 위해 반값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서다. 보통 부탄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날마다 미화 250달러 이상을 내야 하는데, 8월까지는 125달러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방콕을 경유, 부탄으로 향하는 비행기 승객의 대다수는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내가 부탄을 찾은 목적은 현 부탄 국왕의 모친이 설립한 타라야나 재단 초청으로 ‘유엔이 제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하루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5분의 1 크기 면적에 인구는 75만 명, 국민총생산(GDP)은 세계 166위에 불과한 불교 국가 부탄과 한국은 참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유신독재를 시작하던 1970년대 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을, 부탄은 ‘국민총행복(GNH)’을 우선적 목표로 선택했다. 당시 부탄과 한국 모두 1인당 GDP는 200∼300달러 사이로 별 차이가 없었다. 40년이 지난 현재 부탄은 3000달러를 넘지 못했고, 한국은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뒀다. 10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와 출산율 최저 국가라는 통계가 보여 주듯, ‘행복’ 혹은 ‘삶의 질’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부탄은 주민 10명 중 9명이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행복지수 1위 국가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했을까?

‘행복 강대국’ 부탄의 국정 철학은 한 나라의 발전이란 국민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고자 2008년에 부탄 국왕 직속 ‘국민총행복(GNH)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총행복 증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 시행해 왔다. ‘행복 정책’의 기본은 △공평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웃ㆍ동물ㆍ자연까지 행복하도록 생태계를 보전하며 △진보적 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하도록 전통 가치와 제도를 진화시키고 △대중의 참여와 요구를 잘 수용하고 책임지는 효율적이고도 투명한 정부를 구성한다는 네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기초해 생활 수준과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 사용, 교육, 문화적 다양성, 좋은 정부, 공동체 활력, 생태학적 다양성과 회복력 등 9개 영역 33개 지표를 마련해 국민 행복지수를 측정하고 정책에 반영한다.

이에 많은 국가가 부탄의 행복 정책에 관심을 두고 배우기 위해 부탄에 찾아온다. 최근 태국 정부도 ‘국민행복지수센터’를 설립했고, OECD도 ‘일과 삶의 균형’을 포함한 삶의 질 측정 지수를 개발해 사용한다.

지난 몇 년간 유엔이 2015년 야심 차게 채택한 17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소개하는 강연을 수없이 해왔지만, 부탄 방문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패러다임, 특히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는 왜 발전이 필요한지, 발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부탄은 내게 행복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지혜를 제공했다.

부탄은 지난 반세기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무엇을 상실했는지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다. 한국과 부탄의 경험은 서로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친화적인 대안적 개발 모델을 모색하는 많은 개도국에 중요한 시사를 제시한다. 국제개발협력에 삼각협력이란 말이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둘 사이가 아니라 선진국과 개도국이 협력해 다른 개도국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부탄 예찬론자로 알려진 문재인 정부에서 ‘과잉 개발로 불행한’ 한국과 ‘저개발이지만 행복한’ 부탄이 서로의 장단점을 수용하고 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다른 나라와 함께 협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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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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