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 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에서 김율옥 수녀(왼쪽에서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
“골리앗 앞에 섰던 다윗처럼 저희가 가진 것은 조약돌 5개뿐이었지만 결국에 승리했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학교 앞 5분 거리에 세워진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온 성심여자고등학교 교장 김율옥 수녀가 활짝 웃었다. 성심여중ㆍ고 교실 창문 너머로 우뚝 솟아 있던 전국 최대 규모의 용산 화상경마장이 올해 연말 폐쇄를 결정했다.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용산 주민들이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투쟁을 벌인지 1579일째 만이다.
8월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 식’이 열렸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율옥 수녀, 한국마사회 이양호 회장,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학영 의원장, 농정개혁위원회 정현찬 위원장이 ‘용산 화상경마장을 올 연말까지 폐쇄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농성장을 지켰던 이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는 피켓을 흔들며 눈물로 기쁨을 나눴다. 강성민(성심여고 2)양은 “마사회에서는 유해환경 단속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친구들은 화상경마장 앞에서 술 취한 아저씨들을 만날까 봐 무서워했고, 등하굣길에 땅에 떨어진 일수 쪽지를 보며 마음이 안 좋았다”며 “폐쇄는 당연한 결과”라고 기뻐했다. 김율옥 수녀는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전국 화상경마장 문제에 대해 국가 차원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운동은 한국 마사회가 서울 용산역 옆 화상경마장을 현재 위치로 이전 추진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성심여중·고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사회는 지상 18층 지하 7층의 대규모 건물을 세우고 2014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5년 5월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이에 대책위는 2014년 1월 22일부터 건물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 왔으며 성심 여중ㆍ고 학생들은 두 차례 국회를 방문해 입법 청원을 내고 청와대 탄원서를 제출했다. 용산 화상경마장 반경 500m 이내에는 유치원과 학교 등 6개의 교육 시설이 있지만, 현행법상 학교 인근 200m를 벗어난 사행행위장 영업에 대한 규제가 없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