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모든 화학제품과 전자기기들은 일정 부분의 유해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문명을 거부하고 원시시대의 삶으로 복귀한다면 모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유해성을 완벽하게 배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문명을 거부한다 하더라도 자연발생적인 유해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숨 쉬고 먹고 마시는 그 자체가 이미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논란이 된 생리대 문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살펴봐야 한다. 생리대는 휴지처럼 잠시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10대 초반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중년까지 수십 여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생리기간인 이틀에서 일주일 정도까지 생리기간 내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제품에 관해 유해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여성단체들은 제대로 된 검사와 결과발표를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피부에 접촉한 상태로 사용하는 제품의 유해성 물질이 우리의 호르몬 체계를 크게 교란시킨다는 것의 인과관계를 검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논리도 설득적이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조금 더 적극적이고 세밀한 관리 분석체계와 정보공개에 대한 만족스러운 결과들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다만, 이번 생리대 문제는 단순히 소비자의 권리차원에서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며 여성인권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여성의 인권은 여성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인 모든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부에 접촉하는 제품의 유해성 문제만으로도 여러 가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정작 여성이 직접 그리고 장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사전 피임약에 대한 유해성 검증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고단위 호르몬제인 응급 피임약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위험한 약품이다. 따라서 호르몬제인 피임약에 대해 이런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성인권 침해적 요소가 매우 크다.
생리대의 유해성에 비하면 피임약의 위해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은 피임약의 정보를 그저 제약회사에서 제공하는 광고 문구를 통해서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피임약은 광고 문구처럼 정말 우리 몸에 순하고 여성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여성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사회는 여성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또 우리 여성들도 그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건강한 삶을 위한 여성의 권리이다. 생리대뿐만 아니라 복용하는 피임약의 위해성도 반드시 여성 인권 차원에서 다뤄 주길 바란다. 손쉽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호르몬 제제인 피임약을 아무런 유해성 검증이나 정보제공 없이 권유하는 것이야말로 인권유린이다. 차별의 벽인 유리천장은 보이지 않고 교묘해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면, 피임이 마치 여성만의 몫이라고 강요하는 것과 위험한 피임약을 먹도록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보이지 않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대표적인 여성차별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