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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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표현 안에 잠재된 폭력성- 배정순(경북대) 교수

배정순(에스텔, 경북대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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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보면 다양한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학교 주변 분식점에는 ‘마약 떡볶이’라는 문구가 붙은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약 김밥, 마약 돈가스도 있다. 물론 매우 맛이 있어서 끌린다는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써놓은 문구일 것이다. 마약은 영혼과 육체를 파괴하는 위험물질이다. 아이들과 청소년, 어른까지 매일 먹고 즐기는 것들에 비유되어 사용하다 보면 자칫 마약에 대해 큰 문제를 느끼지 않거나 익숙해질 가능성이 발생한다.

한 변호사는 방송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 평론을 하면서 ‘등에 칼을 꽂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등에 칼을 꽂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상대방의 목숨을 끊겠다는 의지, 즉 살해 의지를 의미하는 말이다. 물론 실제 살해 의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궁지에 몰거나 곤경에 빠뜨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내 등에 칼을 꽂는다고 생각해 보자.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SNS상에 올라오는 글이나 사진도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강한 성적 묘사의 제목이나 내용들이 선택되고 있다. 강렬한 표현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러한 언어 사용의 저변에는 상당한 폭력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변, 일상 속에서 무엇인가 자주 접하는 것은 친밀감을 가지게 만든다. 대중매체를 통해 흘러 나오는 다양한 정보에는 쉽게 익숙해지곤 한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우리는 익숙한 대로 행동하기 쉬운 존재다. 익숙하다는 의미가 반드시 올바른 선택이나 긍정적인 사고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거나 사고할 가능성이 있다. 이사하고서도 예전 집으로 귀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의식의 오류가 아닌 오랜 시간 익숙한 대로의 행동, 바로 무의식적 행동일 것이다. 매일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연예인에게 친구나 가족 같은 친밀감을 느끼고 자주 본 광고상품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것은 좋고 나쁨보다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어지는 정보들에 비판적 시각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주어지는 정보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될 수 있다.

지자체 행사에서 특산품을 알리기 위해 만든 홍보 조형물로 남성의 성기가 등장하는 일이 있었다. 대학가 축제 현장에선 노골적인 성적 묘사의 문제점이 종종 보도된다. 극적 표현은 감동을 배가시키고 메시지 의미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강한 효과, 강한 자극, 즉시성만을 추구한다면 결국 그것도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조금 사양하거나 지양하는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다. 거침없는 언변, 적나라한 표현, 욕구를 넘어 욕망이 넘실대는 것도 하나의 폭력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은 우리 삶의 반영이다. 표현의 폭력성은 문화와 삶의 폭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리적 힘이 가해지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오히려 상징적 표현을 통해 자유롭게 소비되고 통용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더 큰 폭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강한 감정이 동반될 때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심호흡을 하면 극한 감정도 정도가 낮아지고 해소될 수 있다. 표현하는 데 있어서 숨 고르기, 심호흡을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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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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