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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레시오 수녀회 ‘제1호 선교사’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34년째 선교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광심 수녀는 “힘닿는 데까지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성모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식지 않는 선교 열정을 보이고 있다. |
“이번에 새로 정착한 선교지가 에티오피아에서 6번째 지역이네요. 가는 곳마다 우물을 먼저 팠는데, 이번엔 300m나 파야 한다니 공사가 제법 걸리겠어요. 그다음엔 젊은이들을 위한 센터 건립을 추진해야죠.”
에티오피아 선교 생활 34년. 살레시오수녀회 ‘제1호 선교사’로 1984년부터 검은 대륙의 가난한 이들에게 ‘성모님 사랑’을 전해온 이광심(아녜스, 72) 수녀다. 30대에 혈혈단신 에티오피아에 정착한 그는 어느덧 일흔을 넘긴 ‘원로 수녀’가 됐다. 하지만 주름만큼이나 깊어진 사랑의 영성과 성모 신심으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현역 선교사이기도 하다. 수녀회 모든 수녀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 수녀가 잠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12월 23일 서울 영등포 살레시오수녀원에서 이 수녀를 만났다.
새 정착지가 여섯번 째 지역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쪽으로 180㎞ 정도 떨어진 소도시에 새로 정착했어요. 수도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운데, 이 지역은 특히나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에요. 지역 인근에 대학이 두 곳 있어서 젊은이들을 위한 시설을 준비 중이에요.”
이 수녀가 가방 하나 들고 도착했던 지구 반대편 에티오피아는 당시 내전과 부족 갈등으로 가난과 굶주림이 일상인 곳이었다. 그간 도로도 많이 나고, 형편이 좀 나아졌다곤 하지만, 아직 정부의 복지 기능은 역부족인 상황. 이 수녀는 가는 곳마다 우물을 파고, 학교와 진료소, 놀이 공간 등 지역마다 사람들의 삶을 안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선교사로 파견되기 전부터 수녀원의 고장 난 보일러, 기계를 도맡아 고치는 ‘만물박사’였던 이 수녀는 에티오피아인들의 삶을 정착시키는 ‘만능 선교사’로 살아 왔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그의 품에 달려와 눈물로 호소하는 이들에게 ‘이모’로서 위로를 전하고, 목덜미에 안기는 아이들에겐 ‘엄마’가 돼주고 있다. 이 수녀가 건립한 학교와 유치원에는 수천 명의 아이들이 몰렸다. 이 수녀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힘들 때도 많았죠. 풍토병도 문제였고, 7~8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차 사고가 나기도 했고요. 괴한의 습격도 두 번이나 당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저는 건축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학교와 6개 센터를 지으면서 돈 보스코 성인이 지향했던 청소년교육 사업에 힘을 쏟아왔어요. 학교 운영을 위한 국가 보조활동이 미흡해 여전히 어렵습니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치려 노력
이 수녀가 에티오피아에서 해온 활동 업적은 셀 수 없다. 현지 어려운 가정과 학생을 돕는 장학사업, 문맹 학교를 세워 교사를 고용해 수천 명을 가르치는 교육 사업, 아픈 이들을 진료소로 불러 고치는 구호활동, 현지 본당사목 등이다. 무조건 돕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자 성당 젊은이들과 곳곳을 다니며 손수 집짓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수녀는 아이들이 간호사, 건축가가 되어 사회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껴왔다. “40여 년 사랑의 마음을 전하며 살아온 에티오피아에서 끝까지 선교사 삶을 살고 싶다”며 “하느님께서 앞으로 또 어떤 사명을 주실지 봐야 한다”고 했다.
“2017년은 저의 수도 서원 50년 금경축을 맞은 해였어요. 수도자로 50년을 살았지만, 아직 하느님과의 만남의 깊이가 약하다고 느낍니다. 아직 제겐 해야 할 주님의 일이 많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에티오피아의 하느님 자녀들을 위해 살아야죠. 그게 주님을 위한 일이니까요.”
글·사진=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