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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정순 (에스텔, 경북대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단 교수) |
최근 모 항공사에서는 몇 해 전 벌어졌던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갑질 사건이 벌어졌다. 급기야 갑질 사건 주인공 어머니의 더 심각한 갑질 행태까지 보도됐다. 대인관계의 기술, 소통의 기술은 과연 언제, 누구에게 배우게 될까. 태아는 임신 5~6주가 되면 촉각이 가장 먼저 발달하면서 엄마의 정서나 주변 환경 등 외부 자극의 영향을 받는다.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자신의 불안 때문이며 글쓰기를 통해 이러한 정서를 해소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가 선천성 불안증을 가지고 태어난 이유는 바로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정서적 불안이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학습을 통해 배운 것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몸의 감각을 통해 익힌 것들을 매우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시작된 감각을 통한 익힘은 태어나서도 지속된다. 기저귀를 차고 누운 아기는 인지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여서 양육자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양육자나 주변 환경을 통해 의사 소통 체계, 감정 표현 방식, 갈등 해소 방식 등을 감각으로 익힌다. 감각으로 익히게 되면 인지적 학습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문제적 행동을 일으키는 모든 사람이 언제나 문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날 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채지 못하면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 되고 만다. 따라서 극심한 감정적 상황이 되면 학습해서 알고 있는 것보다는 감각으로 익혀온 것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습으로 배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술보다는 동물적 본성에 더 충실하게 된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이러한 감정, 본능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뇌 신피질, 전두엽이 바로 이런 조절을 담당한다. 어린아이나 청소년은 성인에 비하면 이런 능력이 미흡하고 덜 발달돼 있다. 3세 전후로 첫 성장을 마무리한 뇌는 청소년기가 되면 다시 2차 성장을 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는 가지치기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많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은 퇴화한다. 본능을 통제하거나 조율하는 기능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기능은 매우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태로 성인기 발달이 마무리되면,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실제 내면은 감정적으로 취약한 아이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큰 권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동물적 본능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커지며 격한 감정의 상태에서 어떻게 할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강한 자극이 아니라면 변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경험을 통해 바뀔 수 있다. 아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변화한다. 그래서 양육자의 정서나 언행의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갑질 예방은 경험과 훈련, 교육을 통해 막을 수 있다. 누구나 화가 나고 짜증이 나거나 분노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감정을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하면 폭력이 되고, 범죄가 된다. 이런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인간다운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감정을 해소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공격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생존 본능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동체에서 살아갈 때는 이것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무조건 강하게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시한폭탄이 돼 돌아올 수 있다. 분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자칫 폭력이나 범죄가 될 수 있다. 갑질 예방을 위해 부모와 권력자, 지도자들이 먼저 자기 조율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기술이기 때문에 학습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경험과 훈련을 통해 몸의 감각으로 습득하도록 배워야 한다. 미국의 유명 기업과 국방부가 직원과 그 가족들을 위해 감정 코칭 교육을 하는 것도 이러한 교육의 일환이다. 우리도 조속히 이러한 교육을 범국가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