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5월은 예상하기 힘든 급격한 변화가 중동에 있으리라고 이미 예고한 달이다. 먼저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을 5월 13일(미국 현지시각으로는 12일)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 2016년 1월 16일 이란 핵협상 타결안이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과 독일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기존의 이란 핵협상을 파기하거나 수정하기 위해 압력을 가해왔다. 이란이 핵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였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수권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120일마다 이란 제재를 유예할 것인지 재부과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지난 1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제재를 유예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를 중점적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였다. 이제 다시 120일이 되는 날이 5월 12일이다. 이란이 영구히 핵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내비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유예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만일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한다면 이란은 강 대 강으로 미국과 맞설 것이다.
5월 14일은 이스라엘의 독립 기념일이다. 1948년 영국군이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하던 이날 오후 4시에 벤구리온을 비롯한 유다인 지도자들이 텔아비브 박물관에 몰래 모여 독립선언서를 공표하면서 이스라엘이라는 신생국가가 탄생하였다. 자정을 기해 영국의 팔레스타인 보호령 지배가 끝나면서 이스라엘은 독립국가가 되었고,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가장 먼저 이스라엘의 독립을 인정하였지만, 이웃 아랍 국가들은 곧바로 이스라엘과 전쟁을 시작하였다.
독립 70년이 되는 올해 5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땅으로 인정하지 않는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옮기고 이전 기념행사에 직접 참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무슬림이든 그리스도인이든 간에 모두 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삼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 그런데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여기고 대사관을 옮긴다고 하니 이에 따를 정치 사회적 격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로운 미국 대사관은 난공불락의 철갑을 두르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 독립전사뿐 아니라 예루살렘을 이슬람의 성지로 여기는 전 세계 무슬림들의 공격에 남아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7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와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감행한다면 가뜩이나 불타고 있는 중동은 더욱 뜨거운 곳이 될 것이다. 압박 축구를 하듯 상대방을 쉴 새 없이 몰아치면서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탁월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행보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다. 정제된 언어와 논리적 언행으로 외교 전략을 보여주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핵 개발을 꿈꾸지도 못하도록 완전하게 차단하고자 제재 카드를 틈나는 대로 꺼내 흔드는 트럼프의 강수에 이란이 손들고 항복하길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압제자에 저항하는 것을 국시로 삼는 이란은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압제자 미국이 압제자 이스라엘을 도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이처럼 대립의 선이 더더욱 선명해지는 판국이니 중동의 5월은 불안과 긴장에 휩싸여 있다. 중동의 불길한 기운이 한반도로 전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4월에 분 남북 훈풍에 힘입어 한반도의 5월은 중동과 다르길 바란다면 너무 이기적일까? 욕을 먹더라도, 우리부터라도 좀 살고 볼 일이다. 격동의 5월, 한반도에 평화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