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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칙 「인간 생명」 반포 50주년을 기념하며 ‘성과 피임’을 다룬 학술대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단상에 올라 토론을 하고 있다. |
인구 조절과 가족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적으로 낙태와 피임을 합법화하는 물결이 일었던 1960년대, 바오로 6세 교황은 1968년 올바른 산아 조절에 관한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을 발표했다. 성관계는 혼인한 부부 사이에만 이뤄져야 하며 불임수술ㆍ인공피임ㆍ낙태 불가라는 교회 가르침을 재확인했다. 시대착오적이며 현실을 모른다는 숱한 비난의 화살이 가톨릭교회로 날아들었다. 회칙 반포 50주년이 지난 현재에도 교회 가르침은 확고하다. 바오로 6세 교황이 회칙을 통해 경고했던 결과들은 현실로 이뤄져 이 회칙이 얼마나 예언적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 생명」 반포 50주년을 기념하며 ‘성은 해방되었는가? - 피임과 남녀의 삶’을 주제로 열린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제14회 정기 학술대회는 자유로운 낙태와 피임이 성 해방은 물론 남녀의 삶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생명 문화 확산을 위해 가톨릭 생명윤리와 교회 가르침을 현시대에 맞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학술대회에는 호세 그라나도스(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 부대학원장) 신부, 유혜숙(안나,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 박문수(프란치스코,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맡았다. 정현석(스테파노, 가톨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과)ㆍ최미선(미카엘라, 인천재능대 간호학과) 교수와 박은호(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신부는 토론자로 나섰다.
호세 그라나도스 신부는 ‘몸의 언어’라는 관점에서 「인간 생명」을 살폈다. 그는 “몸이 창조주와의 관계로부터 분리되면, 인격과 몸 사이에 틈이 생긴다”면서 “인격과 몸의 분열은 필연적으로 남편과아내의 관계 분열로 이어지고, 부모와 자녀를 갈라놓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性)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이 하느님에게서 분리되면 인격으로부터 분리되고 다른 인격과 관계를 맺을 능력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라나도스 신부는 “자기 몸, 사랑하는 사람(부모, 배우자, 자녀)의 몸 안에 하느님이 현존하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하느님께서는 일치와 출산의 능력을 몸의 언어로 새겨두셨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20면
피임과 여성의 삶을 발표한 유혜숙 교수는 “가톨릭교회는 여성 인권 신장과 모성 회복을 위한 사목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이 모성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한 요즘 태아의 생명권 수호를 위해 펼치는 낙태 반대 운동과 더불어 출산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개선 활동 등을 통해 여성이 자신의 모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문수 소장은 피임과 남성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회칙 「인간 생명」이 제기한 물음에 대한 답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몸 신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박 소장은 “몸 신학에 비춰보면 ‘피임’은 혼인과 부부애의 성숙함을 알아보는 척도다. 피임의 태도를 통해 드러나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 즉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상호 순종하는 것이 부부 영성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