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헌법재판소 앞에 선 김중곤 교수. |
서울대 의대 김중곤(이시도로) 명예교수는 6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을 받게 된 낙태죄 위헌 여부 찬반 공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다음날인 5월 25일 cp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변론 내용이 아쉬웠다”며 “우리 사회가 가진 가치 기준이 무엇인지 좀더 심도 있게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태아는 생물학적으로나 법적으로 엄연한 생명체임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심장 박동이 있으면 살아 있다고 하고 심장 박동이 없으면 사망했다고 판정합니다. 태아도 자기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음파로 태아 심박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법적으로도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로 인정되고 있는데, 그 예로 우리나라 민법에선 태아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낙태 수술을 간단한 의료 행위로 알고 있는 사회 전반의 의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1960년대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주도하면서 낙태에 대한 거부 반응을 완화하기 위해 ‘임신 중절’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낙태를 굉장히 간단한 시술인 것처럼, 별다른 일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눈을 감고 수술한다고 하면 그 수술을 받을 환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낙태야말로 의사가 눈을 감고 하는 수술과 똑같습니다. 수술 부위인 자궁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의사의 손끝 감각으로 수술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가끔 자궁에 구멍이 나거나 복막염이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후유증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김 교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모두 다 존중돼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지만, 인간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으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낙태죄는 존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와 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은 설득 대상이지 처벌 대상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설득 대상은 맞지만 우리 현실에선 낙태 전 설득이라는 과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낙태를 허용하는 나라에선 낙태를 하려는 여성들이 반드시 상담을 받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이때 상담은 낙태를 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고 낙태를 하지 않도록 설득한다 해도 설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양육하는 부담이 대부분 산모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황에서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기혼모뿐 아니라 미혼모도 아이를 낳아서 양육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갖춰져야 설득이라는 과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출산과 양육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낙태죄를 폐지해 낙태를 자유롭게 하면 결국 산모에게는 낙태 외에 선택권이 없고, 낙태를 강요당하는 현실이 될 것이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