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산물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은 ‘선물’입니다. 몸은 생명을 선물로 받았다는 첫 번째 표징이지요. 그렇기에 내가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내가 몸을 통해 무엇을 받았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 몸에게 주어진 근본적 존엄성을 기억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
호세 그라나도스(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 부대학원장, 예수 마리아 성심의 제자들 수도회, 사진) 신부는 갈수록 심화하는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해 “인간 생명을 선물로 이해해야 한다. 내 몸은 내가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라나도스 신부는 5월 26일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에서 열린 회칙 「인간 생명」 반포 50주년 기념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낙태 문제에 대해서도 “행위 능력이 없는 생명 역시 존엄한 존재고, 가장 약한 생명의 존엄성을 선포하는 일이 교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교회 가르침은 개인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점점 더 받아들여지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기술적 관점으로 보는 사회에서도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건 인간답게 사는 삶을 갈망합니다. 교회는 갈망의 깊은 이유를 알려줘야 합니다. 삶의 근원적 의미를 상기시키는 일이기도 한데,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났고, 삶은 사랑하기 위해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선물 돌려주는 부름, 출산과 양육
그라나도스 신부는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선물을 더 크게 돌려주도록 부름을 받았다”면서 출산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웠다. 그러면서 “전통적 가정이야말로 미래의 가정”이라며 생명이 태어나고 전달되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혼인을 통해 남녀는 서로의 모든 삶을 내어주며 하나가 됩니다. 사랑과 행복 속에 부부는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립니다. 출산은 가정을 꾸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미래를 여는 일이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가 부부 간 일치를 통해 자녀로 전달되며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그는 “혼인과 가정, 그리고 선물로 주어지는 생명은 현대 사회가 고민하는 개인주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서 “자기자신에게만 갇힌 삶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이기에, 그 가치가 이뤄지는 가정이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은 198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혼인과 가정을 신학적으로 연구하고 전문 사목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했다. 전 세계에 분교 7곳, 부설센터 5곳을 두고 있으며 로마 본교에는 1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은 7명이다. 우리나라에는 대전 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 ‘혼인과 가정대학 신학원’이 있다. 그라나도스 신부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1년부터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원 부대학원장을 지내고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자문위원,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