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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교우촌의 믿음살이와 그 지도자들’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염수정 추기경과 노기남ㆍ최창무 대주교, 김운회ㆍ이병호ㆍ김선태ㆍ손희송 주교의 공통점은 교우촌 출신이라는 점이다.
신앙은 믿는 이들의 삶의 자리에서 움튼다. 한국 교회의 순교 영성은 복음을 삶의 가치로 삼고 나눔과 섬김, 일치와 화해의 믿음살이를 살던 교우촌에서 싹텄다. 삶의 자리에서 신앙을 키운 교우들은 순교를 통해 세상에 하느님 사랑의 증거 되었다. 이러한 순교 영성은 박해시기 이후에도 교우촌을 통해 이어져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한국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는 뿌리가 됐다.
한국 천주교 신앙공동체의 뿌리이며 교회 영성과 성장의 토대인 ‘교우촌’에 관한 심포지엄이 6월 23일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영성연구소(소장 백남일 신부)가 ‘교우촌의 믿음살이와 그 지도자들’을 주제로 2016년부터 해마다 개최해온 심포지엄으로 올해가 그 세 번째이다. 평신도 희년을 기념해 한국교회사연구소와 공동으로 펼친 올해 심포지엄의 주제는 ‘교우촌 신앙 교육이 맺은 열매- 교회 지도자들의 뿌리를 찾아서’이다.
이날 발표자들은 순교자로부터 이어진 순교 영성이 교우촌의 가정 내 신앙과 인성교육에 큰 영향을 줘 한국 교회를 이끄는 지도자를 배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신자 가정과 교회가 겪고 있는 신앙교육과 성소자 감소, 교회 이탈자 급증 문제 등을 해결하는 근본 대책을 순교 영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발표자들은 아울러 박해 시기와 개항 이후 근대 시기 교우촌에 살던 평신도들의 헌신적 노력과 신앙 전통이 오늘날 한국 교회 성장의 토대가 됐다며 앞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소중한 영적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조한건(한국교회사연구소 부소장) 신부는 “황해도 수안 교우촌 출신인 노기남 대주교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인 첫 주교로 서품된 후 격변기에 주교직을 완수할 수 있었던 근원은 부모로부터 받은 강한 신앙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이 신앙의 유산은 논재, 수안, 곡산 등 교우촌에서 시작되었기에 그 유산을 추적하는 것이 우리 신앙을 발전시키는 소중한 일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차기진 양업교회사연구소 박사는 “진천 새울에서 한성 노루목 옹기점까지 8대째 이어진 염수정 추기경의 파주 염씨 집안의 신앙사에서 주목할 것은 천주교 신자끼리 통혼 관계를 이뤘다는 사실”이라며 “신자 간의 통혼이 구교우 집안들의 신심을 돈독히 하는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원재연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1957~1979년 연천공소 회장으로 활동했던 손희송(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의 부모는 아침저녁 기도와 주일 미사, 평소의 교리공부 등을 통해 어릴 적부터 자녀들의 영적 성장에 세심한 배려와 정성을 다했다”며 “이러한 신앙교육의 영향으로 집안에서 손 주교를 비롯한 9명의 성직자와 4명의 수도자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서종태 전주대 사학과 교수는 “여산 성치골 교우촌을 이룬 김해 김씨와 밀양 박씨, 전주 최씨 집안은 신분 차별 없이 재물을 나누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등 모범이 된 신앙생활을 통해 전주교구의 김현배ㆍ이병호ㆍ김선태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와 수도자 다수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를 통해 “교우촌의 기도 소리, 이웃이 가족처럼 함께 나누며 살아가던 삶을 신앙의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며 “이 유산이 한국 교회와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교회가 내적 성숙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