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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숙(베아트리체) |
“최정숙(베아트리체, 1902-1977)을 애국지사, 근대 여성 선각자, 훌륭한 교육자이며 교육 행정가, 의료복지활동을 한 의사라고 칭하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정숙을 가톨릭 여성 지도자로 부각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13일 제주시 선덕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가톨릭 영성의 관점에서 최정숙의 삶’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제주교구 문창우 주교는 신성학원총동문회와 설문대여성문화센터가 개최한 제2회 최정숙 학술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주교는 “최정숙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다른 가톨릭 여성의 역사적 활동이 교회 안에 잘 부각되지 않는다”며 “1830년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100년 이상을 한국 교회는 프랑스 선교사들이 주도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프랑스혁명(1789년)을 겪은 프랑스인 조선교구장(제8대) 뮈텔 주교는 가톨릭교회를 보호ㆍ확장하기 위해 정치적 마찰을 피했다. 뮈텔 주교는 조선보다는 일본의 통치가 가톨릭의 자유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리라 판단하고 신자들의 항일운동 참여를 금지했다.
문 주교는 “당시 가톨릭교회는 민족이 처한 현실 문제보다 영혼의 구령만을 내세웠고, 한마디로 사회 영성이 부재하던 시대였다”며 “이 맥락에서 가톨릭 여성들은 신심 활동을 위한 단체 결성은 가능했지만 항일운동을 위한 활동을 감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주교는 “교회 역사의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여성이 독립운동에 주도적으로 동참했음을 알 수 있다”며 “그 가운데 행적을 구체적으로 찾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가톨릭 여성이 최정숙”이라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최정숙이 보여준 눈부신 사회적 활동이 내면적인 가톨릭 신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접점을 밝혀내는 일은 가톨릭 사회 영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민족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진정성과 헌신, 희망의 삶을 모범적으로 살았으며, 삶의 내면에 바로 가톨릭 사회 영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학술세미나에서는 전 제주YWCA 문영희 회장이 ‘작은 여자아이가 만난 최정숙의 시대정신’을, 청수 애서원 임애덕 원장이 ‘수난기 제주사회와 의사 최정숙 : 봉사와 희생적인 삶을 탐색하며’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