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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들 곁에서 난민을 위해 일하는 김상훈 사무국장이 한 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만나서 3~4일만 지내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걸 느낍니다. 난민이 두렵다면 난민을 빈민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예멘 난민에 대한 비난 댓글이 올라오고,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이 공유되는 동안 난민들이 지낼 수 있는 거처를 알아보고, 식량을 챙겨주는 이가 있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센터장 홍석윤 신부) ‘나오미’에서 일하는 김상훈(안드레아) 사무국장이다.
김 국장은 얼마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고 허탈했다. 예멘 난민 수용 찬반을 묻는 조사였는데, ‘반대’가 49, ‘찬성’이 39로 나왔다.
“자세히 보니 고3부터 대학생이 80에 육박하는 조사였습니다. 내가 19살 때는 불우이웃을 돕는 게 우선이었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싶었죠. 이건 이기적인 생각이지요.”
이주사목센터는 현재 라파엘클리닉을 개방해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고, 난민들에게 침구와 주방용품, 음식재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숙소 연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지금까지 센터에서 가정집 3곳과 제주교구 무릉공소, 동문성당, 가나안공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유의 건물을 연결해줬다.
김 국장은 “난민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취업”이라며 “취업을 해야 숙식과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 6월 법무부에서 취업설명회를 열었고, 이 중 240여 명이 어업, 요식업, 양식업 분야에 취업했다.
“그런데 충분한 준비 없이 취업을 알선하다 보니 본인이 견디지 못하거나 업주가 해고하는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재 230명은 일자리가 없는데 이 말은 곧 잠자리도 없다는 뜻이지요.”
좋은 소식도 있다. 김씨 얼굴이 환해졌다.
“모슬포성당 무릉공소에 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며칠 전 공소회장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이 난민 친구들이 착해서 동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요. 세탁기가 없었는데 동네 사람이 기증해주고, 빵집 사장님은 빵을 가져다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처음 난민들이 무릉공소에 짐을 풀었을 때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르신이 많은 동네인데, 밤길에 난민이라도 만나서 어르신들이 놀라서 쓰러지면 어찌하느냐는 것이었다.
“프랑스 난민 테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난민 집안에서 태어났지, 난민은 아니었거든요.”
김씨는 난민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난민수용정책을 잘못 운용한 프랑스 정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난민을 빈민으로 만들어서 빈민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테러하게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난민협약국가로서 난민을 손님으로 여기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씨와 대화를 나눈 탁자 유리에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사목서한이 끼워져 있었다. 밑줄이 그어진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전쟁과 빈곤으로부터 달아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인간다운 행위입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