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해 역사가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교황청 산하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를 이끄는 토마스 하이네 겔던(66) 국제대표는 “박해를 딛고 일어선 한국 교회가 세계 곳곳에서 폭력과 박해에 신음하는 신앙 형제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서 진한 형제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국제대표를 맡아 한국지부 순시 차 방한한 그는 “3년 전 아시아에 처음 개설한 한국지부(ACN-Korea)는 충실한 신자들과 협력자들 덕에 빠르게 성장했다”며 한국 신자들의 사랑에 감사했다.
ACN은 차별과 폭력, 박해에 고통받는 교회를 돕는 국제 가톨릭 원조기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네덜란드의 슈트라텐 신부가 굶주리는 독일 난민들을 돕기 위해 옷과 음식을 거두러 다니면서 시작됐다. 슈트라텐 신부는 돼지비계도 가리지 않고 받아 사람들은 그를 ‘돼지비계 신부’라고 불렀을 정도다. 현재 23개국에 지부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기증받은 명차 람보르기니를 소더비 경매에 부쳐 받은 낙찰금을 최근 ACN에 쾌척한 바 있다.
“ACN은 사회복지단체가 아닙니다. 우리는 고통받는 신앙 형제들의 실상을 알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합니다. ‘알리고 기도하고 행동한다’, 이것이 ACN을 지탱하는 3개 기둥입니다. 지역교회 주교들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줘야 할 곳을 찾는 것도 ACN의 특징입니다.”
ACN은 지난해 5350여 개 지원 사업에 1609억 원을 지출했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교회 순으로 지원금이 배분됐다. 사업별로는 성당ㆍ수도원ㆍ신학교 건축비 지원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난민 긴급지원과 성직자ㆍ수도자 양성 지원이 뒤를 잇는다.
“성당 건축부터 아프리카 선교사 자전거 지원까지 사목 활동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지원 대상입니다. 지난해 지원금 중 82.5가 사목 관련 사업에 쓰였습니다. 또 전 세계 사제 10명 가운데 1명에게 미사 예물을 보냅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사제들이 21초 간격으로 ACN 후원자들 지향이 담긴 미사를 봉헌하는 셈이죠.”
그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 영토에서 박해받는 중동 교회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988억 원, 지난해만도 228억 원을 중동 교회에 보냈다. 그는 “교황님이 주신 람보르기니 낙찰금도 이라크 니네베 재건사업 측에 잘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니네베 재건사업은 극단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파괴한 니네베 일대 교회를 재건하고, 피란 간 그리스도인들의 고향 귀환을 돕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는 “성경의 땅에서 그리스도인이 ‘멸종’된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며 “직접 가서 본 현장은 우리에게 더 부지런히 ‘알리고 기도하고 행동하라’고 재촉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억 명의 그리스도인이 박해에 노출돼 있다”며 “ACN은 한국 교회와 고통받는 교회를 잇는 사랑의 다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겔던 대표는 5일 ACN-Korea 이사장을 겸하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해 환담했다. 그는 “ACN-Korea의 성장은 다른 나라 지부에 귀감이 되고 있다”며 적극적 협력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염 추기경은 “ACN은 고통받는 형제들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줬다”며 “순교자의 후손인 한국 신자들은 박해받는 형제들을 위한 나름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